매니저인 남편은 오늘 팀원 하나를 해고했다
오래전 회사 방침이 정해졌고 남편이 막을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어제 사전 준비를 끝냈다
해고해야 하는 팀원과 일대일 미팅을 잡았고
남편이 미팅에서 해야 할 말과 역할에 대해 *HR과 최종 조율했다
어제 오후 남편이 갑자기 날 *찾아왔다
팀원 해고 절차에 대해 HR과 이야기하는 중이라 했다
내 옆에 앉아서 해도 되겠냐 물었다
HR이 알려줬다는, 남편이 미팅에 들어가 해고하는 팀원에게 읽어줘야 할 말을 내게 보여줬다
차고 딱딱한 statement였다
구절구절마다 심장이 쿵 하고 눈앞이 깜깜해져 눈을 연신 깜박이며 읽었다
남편은 이외에 인간적인 간단한 인사말이라도 할 수는 없겠나 질문했다
HR은 주어진 statement 외에 다른 어떤 말도 하지 말라 남편을 단속했다
남편과 HR 사이에 오가는 채팅창을 보는 내가 괜히 울컥 눈물이 났다
미팅은 오늘 아침이었다
미팅을 20분 남겨두고 남편은 혼자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아이 둘을 데이케어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니 미팅을 끝낸 남편이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로 마중을 나왔다
오늘은 일을 쉴 생각이라 했다
남편은 남은 하루 동안
집에 있는 간식을 마구 꺼내먹으며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번갈아 보며
간간이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전하기 힘든 소식을 전했다
남편이 회사에서 잃은 인연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 역시 개인적인 인연 하나로 힘든 하루를 보냈다
삭이고 있던 걸 들쑤시길래 결국 터뜨리고 말았는데
제대로 된 대화는커녕 왈왈 짖는 개를 차단해 버리듯 차단당해 버렸다
기분이 뭣 같았다
나의 부족했음이 후회가 돼 날 더 괴롭게 했다
성급했던 행동도
화를 못 참고 들이받은 말들도
시간이 지나 다시 아무렇지 않게 지내게 될지언정
내게는 전과 같지 않은 인연이 될 터였다
남편도 나도 잃어버린 인연에 대고
오늘 밤 맥주나 한잔 할 생각이다
*HR: Human Resources, 한국어로는 인사과가 되겠다
*남편과 나는 모두 재택근무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