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다 드신 외할아버지가 방바닥에 드러누워 홀로 휴대폰을 하고 계셨다. 방 앞을 지나던 포동이가 그 모습을 봤다
잠깐 망설이는가 싶더니 누워계신 외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입을 쪽 맞췄다. 그리고는 방을 나와 쿨하게 가던 길을 다시 갔다. 예상치 못한 키스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핑크에 이어 포동이마저 외할아버지와 사랑에 빠져버린 것인가.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포동이는 외할아버지가 아파서 바닥에 누워계신 줄 알고 치료해 드리려고 키스를 한 거다.
시작은 백설공주였다. 왕비가 준 독사과를 먹고 의식불명에 빠진 백설공주는 왕자님의 키스를 받고 되살아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3살 핑크가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아픈 사람은 왕자님의 키스를 받으면 병이 낫는다고. 툭하면 바닥에 쓰러져서는 키스로 자신을 구하라고 가족들을 재촉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우린 왕자님인 척 달려가 핑크에게 키스를 해주었다. 그 광경을 본 2살 포동이가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아픈 사람은 바닥에 드러눕고 드러누운 사람은 키스만 받으면 자리에서 일어난다고. 툭하면 누나를 따라 바닥에 드러누웠다
아직 말을 못 하므로, 키스로 자신을 일으켜달라며 낑낑 소리를 냈다. 달려가 키스를 해주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워 계신 외할아버지에게도 키스를 해서 일으켜 드려야겠다 생각한 모양이다.
친정 부모님께서 시애틀에 오신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에너자이저처럼 날아다니시던 두 분이 이제는 슬슬 기력이 쇠하시는 모양이다. 작은 집에서 우리 외에 다른 인간관계라고는 없이 24/7 함께 지내셔야 하는 답답함에 한계가 오는 듯하다. 엄마는 어깨에 무리가 오셨고 아빠는 감기에 걸리셨다. 아빠가 몸이 안 좋아 방바닥에 누워계셨던 것이 맞다. 포동이는, 우리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에게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존재들이다. 떨어져 있자니 그립고 함께 지내자니 쉽지 않은 존재들이다. 우리는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