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식구가 다 함께 마운트 레이니어로 2박 3일 휴가를 왔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자는 뜻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에 놓인 기타를 만지던 핑크가 손가락을 찔렸다
피가 났다
아빠는 후시딘을 바르고 반창고를 덧대어 주시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는지, 핑크 상처가 아주 깊다, 계속 잘 지켜봐야 한다, 날 단속하셨다
여행 준비를 하며 이미 체력의 한계에 다다랐던 엄마는 숙소에 도착해 핑크의 손가락에만 정신이 팔려 혼자 짐 푸는 와이프 따위 관심도 없는 아빠에게 화가 나셨다
시애틀에서 올여름 내내, 별 일 아닌 일에 자꾸만 화를 내는 와이프에 지쳐 있던 아빠는 여행을 와서까지 그 역성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화를 숨기지 못하셨다
휴가를 와서도 회사일을 끊어내지 못한 남편은 방안에 들어가 미팅을 하더니 그러고도 끊이지 않는 연락에 답하느라 휴대폰에만 매달려 있었다
돌봐줄 여유 있는 어른이 없는, 어른 없이는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아이들은 여행 온 저녁 내내 몇 시간이고 티비만 봤다
자기 전 남편과 남은 여행에 대해 상의를 하고 싶었으나 조용히 이야기할 장소도 마땅찮고 둘 다 체력이 바닥이라 그대로 잠을 청했다
간밤에 꿈을 꿨는데 내 남편도 내 부모님도 내 아이들도 아닌,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꿈속에서는 친근하고 편안했던 사람들과 함께 있었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삶을 잠깐 살았다
동이 트지 않은 이른 아침에 눈을 떴다
꿈으로 다시 되돌아가려나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 행운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