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by JVitae

부모님과 아이들과 남편에게 둘러싸여 살고 있음에도 외로울 때가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릴 때마냥 믿고 따를 수 있는 부모님이 아니다

서로에게 폐가 되고 짐이 될 수 있음에 솔직함에 한계가 생긴다

거리가 생긴다


두세 살의 아이들은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스러우나 결국엔 떠나보내야 할 존재다

육아라 함은 아이들이 내게서 독립해 저 혼자 잘 살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울, 내게는 억지스러운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다


부부란 묘한 관계다

사랑과 서약이 아니고서야 관계를 지켜야 할 이유가 없다

피로 묶인 부모나 자식과는 발생과 진행 섭리가 다르다

그런데도 세 개의 관계 중 끝까지 내 곁에 남을 것은 그 약해빠진 관계 속 남편이다

나이 든 부모님께서 서로를 의지하며 사시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인가

남편이 내 편 같지 않을 때 참 외롭다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면 자식 없고 남편 없고 늙어가는 부모님 모시고 사는 것이 디폴트일 터

왜 이 외로움이 황당하고 유난스레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며칠 잠을 못 자 피곤이 몸과 마음을 짓누르는 밤

알 수 없는 이유로 삐진 남편이 먼저 일찍 자버리고

찬 바닥에 혼자 누워 한 시간쯤 쇼츠를 내리보다보니

잠은 안 들고 오랜만에 그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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