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이 넘으신 부모님과 두 달 넘게 생활하다 보니 평소 안 하던 생각들을 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인생이 아주 길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우리 양가 할머니들처럼 90세 넘어까지 산다면 지금부터 50년이다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놀고 있던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저 남자와 앞으로 50년을 함께 해야 하는 것인가
결혼 후 드는 생각이지만 결혼 서약에 참 많은 걸 걸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의 천 배쯤 되는 듯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남편에게 바짝 다가가 앉아서는 말을 붙였다
자기야, 우리가 100세까지 산다면 앞으로 60년을 더 같이 살아야 돼
남편이 날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남편에게 돌렸다
어떨 것 같아?
음.. 좋을 것 같은데
남편은 눈을 지그시 감고 웃었다
왜 갑자기 눈을 감는지, 60년을 상상해 보는 것인가, 거짓말을 감추려는 것인가
우리 잘 살 수 있겠지?
그럼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다
남편의 팔을 끌어다 머리에 벴다
8년을 함께 한 남편인데 나와 상관없는 남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60년의 무게 때문인지 그 순간 남편이 그 어느 때보다 남처럼 느껴졌다
남편은 이런 내 맘을 알았을까
남편의 머릿속엔 무슨 생각이 오가고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