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다 되어서도 수학시험에 목을 메고 살았다
통계학을 길게 공부해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학시험은 대학원 qualifying exam이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 첫 2년 동안 필수교과과정을 다 듣고 나면 qualifying exam을 본다
두 번 응시의 기회가 있다
두 번 모두 낙방하면 박사과정은 거기서 끝이다
이틀에 걸쳐 시험을 보는데 하루는 순수 수학시험, 다른 하루는 응용 및 분석 시험이다
순수 수학 시험은 총 다섯 문제 중 세 문제를 풀어내면 통과한다
시간은 서너 시간쯤 주어진다
어려운 수학 시험을 보러갈 때의 묘한 긴장감이 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풀어내는 게 언제나 주어지는 행운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많이 하고 연습을 많이 하면 성공 확률을 높이겠으나 100퍼센트의 보장은 없다
운좋게 영감이 떠오르거나 뭐라도 정답으로 향하는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하면
손톱만 잘근잘근 씹다 집에 돌아오고 마는 것이다
부모님께 추천해드릴 넷플릭스 시리즈를 찾다가 퀸스갬빗을 다시 봤다
온 나라가 주목하는 대국을 앞두고 미친듯이 공부를 하고 홀로 시합장으로 걸어들어가는 주인공 베쓰를 보며
저건 대체 어떤 심정일까
궁금해하다 문득 생각이 났다
qualifying exam에 두 번 다 떨어져 유학을 접고 한국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간절한 맘으로
목 디스크가 와 양손가락 끝이 저려 올 때까지 몇 달을 죽도록 공부하고
과연 난 오늘 세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떨리는 맘으로 시험장으로 걸어가던 날의 기분이
물론 퀸스갬빗의 베쓰와 날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하겠는가
이곳은 내 세상인데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