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스민은 이란 사람으로 나와 같은 팀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자스민의 남편 역시 이란 사람이다
둘은 미국에서 딸 하나를 낳아 기르고 있다
한두 해 전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 딸이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의 일이다
어느 날 함께 점심을 먹는데 자스민이 그런 말을 했다
자기 딸의 세상에는 세 가지의 언어가 있다고
Farsi(이란어), 영어, 그리고 엄마가 하는 영어
딸이 자스민의 영어를 자주 지적하는 모양이었다
집안에서는 Farsi, 집밖에서는 영어로 말하자는 것이 자스민과 딸이 정한 규칙
딸은 집밖에서 영어로 말하다 자스민이 자주 틀리는 발음이나 표현이 나오면
자스민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려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0.5배속으로 또박또박 발음해준다고
자스민은 그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한다 말했다
자신은 미취학 아동과 비교도 안 되는 고학력 고급인력임을 강조했다
그러므로 나와 내 딸 핑크에게도 그런 시대가 언젠가 도래할 줄을 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직접 경험해보니 좌절감이 상당하다
아무리 rapunzel을 잘 발음하려고 해도 핑크처럼 발음할 수가 없다
핑크네 데이케어 축구 선생님을 coach Tico라 부르는데
내가 coach Tico라 하면 핑크는 내가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못 알아듣는다
No와 같은 한 음절 단어조차 내가 하면 노, 핑크가 하면 No로 들린다
어느 날 내가 아무리 해도 핑크가 계속 그 발음이 아니라고 답답해하길래
well, that's mommy’s best~
라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 해버렸다
그런 날 보고 기막혀하며 낄낄거리더니
꽤나 인상 깊었나보다
요즘 핑크는 내 발음이 이상하다 싶으면
is that your best?
라 묻는다
그럼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지는데
옆에 지켜보는 남편이 웃겨 죽겠다며 배꼽을 잡는다
이렇게 선배 자스민의 길을
뒤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