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product manager로 19년을 일하다 지난 달 은퇴했다
은퇴라고 해봐야 아직 마흔 중반밖에 안 되는 나이였다
은퇴를 불과 몇 주 앞둔 때에 제니를 정식으로 소개받았다
선택의 이유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으나 친하지 않았으므로 참았다
그러다 우연히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제니가 잊히지 않는 말 한 마디를 남겼다
You know, as a working mom, there's never enough time for anything
요즘의 날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말이 없다
회사일도, 집안일도, 아이들 돌보는 것도, 남편과 얼굴 마주하는 것도, 휴식도, 잠도, 글쓰기도, 독서도, 운동도, 가족•친구들과 연락하는 것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
머릿 속 그득히 짐만 잔뜩 이고 지고 사는 느낌이다
그래서 순간순간 제니의 말이 떠오른다
There is never enough time for anything..
There'll never be enough time for anything!
그렇게 생각이 이르자 왠지 슬픈 맘도 들었다
평생 40점짜리 인간으로 살아가게 될 것 같은
사실 제니는 교회에서 간간이 얼굴을 보고 지나쳐오던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와 친해져보고 싶단 맘이 들었다
제대로 대화를 나눠보기도 전의 일이다
무엇에 맘이 동했을까
차림새였을까, 인상이었을까, 남편과 딸들과 함께 있는 모습이었을까
얘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침내 친분이 조금 생긴 김에 작은 은퇴선물을 마련해 건넸다
너무 느닷없으려나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대단한 선물도 아니고 그냥 내 마음이니까
밀어붙였다
오늘 제니가 답례로 보낸 thank you 카드가 집에 왔다
왠지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기대만큼 실망이 클지
내 감이 들어맞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