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가 태어나고
포동이가 태어나고도
꿈만 꾸면 난 결혼도 하지 않은 싱글이었다
ABC라는 이름 하나 가진 게 전부인
어리고 소심한 여자가 꿈속 온갖 세계를 헤매었다
연년생 육아에 빠져 죽을 것 같은 하루하루를 3년 넘게 보내면서도 잠만 들면
엄마도 그 무엇도 아닌
내 앞에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몰라 설레고 불안해하는
어리고 미숙한 여자애가 되었다
의아했다
엄마라는 타이틀이 낯설고 부담스러웠다
세상에서 쓰이는 그 단어의 무게가
그에 수반되는 책임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나는 그에 적합한 인간이 아니었다
될 자신이 없었다
핑크는 올해 4살이
포동이는 2살 반이 되었다
이제는 가끔 그들이 꿈에 나타난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엄마라는 타이틀을 조금씩 내 것으로 받아들인다
무거운 인간이 돼가는 느낌이다
책임지는 인간이 돼가는 느낌이다
어른이 돼가는 느낌이다
누군가를 붙잡고 울고 하소연하지 않아도 스스로의 트라우마를 안아 달래갈 줄 아는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움츠러들지 않고 그들 사이에 떳떳하게 서서 살아갈 줄 아는
어떤 상황에도 비명을 지르면서도 나와 내 식구들을 지키고 돌보는
미국에서 둥지를 틀고 사는 한국인
틈만 나면 그만두고 싶지만 월급이 무서워 열심히 일하는 직장인
말썽 많은 연년생 남매를 기르며 하루하루 삭아가는 40대 애엄마
꿈속에서만큼은 여전히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소녀가 되곤 하는
2026년 2월 17일의 A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