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오는 날, 저희 사무실에 중년의 여성 두 분이 방문을 하셨습니다. 두 분은 친한 언니, 동생 사이로 근처 아파트분양권 문의를 하셨습니다. 저는 향후 입주할 분양권뿐 아니라 제가 입점해 있는 단지 소개를 같이 해드렸습니다. 두 분은 관심이 생겼는지, 세대를 보고 싶다 했습니다. 저는 긴급히 집 방문 가능한 세대에 연락을 해서 일정을 잡았습니다.
먼저, 제 차로 단지 내 여러 커뮤니티 시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세대 한 곳 방문을 마치고 두 분은 식사 후에 두 번째 집을 보기로 했습니다.
“어.. 휴대폰이 없네?” 동생분이 휴대폰을 어디엔가 두고 오신 모양이었습니다. “혹시, 방금 방문했던 세대에 두고 오신 게 아니세요?” “어 그랬나.. 생각이 안 나요..” “제가 그 집 탁자에서 휴대폰을 본 거 같기도 해요..”
저는 집 방문했던 매도인께 급히 전화를 했습니다. 매도인은 바깥에서 급하게 세대로 가셔서 확인해 주셨습니다. “지금 전화를 해보라고 하겠습니다.” 저는 손님이 있는 식당으로 뛰어갔습니다.
손님은 언니분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사장님… 전화벨이 울리지 않나요?” “예.. 전화기 여기에 없는데요?”
“아~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몰라,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차를 확인해 봤습니다. 다행히 뒷자리에서 휴대폰을 발견했습니다. 손님께서는 제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계셨던 모양이었습니다.
오후에 두 번째 집을 보고 일정을 마쳤습니다. “비도 오는 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을 했는데요.” “휴대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셔서 식사를 제대로 하셨는지 모르겠네요..”
다음날, 손님께 전화를 드리고 집 방문 결과를 문의했습니다.
“집이 마음에 드는 데, 저희 현재 조건과 상황에 맞지가 않네요.”
“애써 주셨는데, 어쩌지요? “
“단지가 좋아서, 마침 제 조카가 전셋집을 찾고 있는 데, 여기를 추천드릴게요~"
“예. 감사합니다. 언제든 필요하신 거 있으면 말씀 주세요~”
얼마 후, 손님의 조카분이 집을 보러 오셨고, 바로 전세 계약을 했습니다. 기뻤습니다. 이렇듯 본인이 거래할 수 없어도 종종 다른 손님을 소개해 주십니다. 결국 새로운 손님과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부동산중개업은 서비스업이다. 좋은 관계와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손님께 최선을 다했다면 손님도 충분히 그 마음을 알고 있으며 고마움을 표현해 주신다. 이렇게만 돼도 중개사는 “응당,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라고 한다. 진심이다.
그날은 확실히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충만했다. 자연스럽게 그 마음에 따라 행동과 말이 따랐다. 상대방은 이를 느꼈고 어떤 식으로라도 중개사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셨다. 이런 인간적인 분위기에서 나는 중개업을 신나게 할 수 있다. 그 손님과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전혀 고생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내가 신이 나니 표정이 밝아지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를 보고 계신, 주민들의 방문이 더 많아지고 매물 접수가 원활하다. 이런 선순환이 계속돼야 한다. 결국 인연은 나로 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