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발명품.
나를 ‘톡톡’ 치는 손길에 화들짝 깼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맑고 높은 음을 냈다.
아이 냄새 한 바구니를 품에 안는다.
차가운 물줄기 차이고
윙~ 달리기 시작하면 거품이 인다.
타임머신처럼 쳇바퀴 달리기. 마지막 전력질주 후,
헐떡임이 멎고 개운함에 멜로디를 부른다.
엄마는 축축한 내 안에서 아이 옷을 꺼내 ‘탁’!
물이 튄다.
내가 빠르게 달리면 엄마 시간은 천천히 가고
내가 더 많이 돌면 엄마 수고는 더 적어진다.
문틈으로 보이는 아이가 동화책을 쥐고 있다.
아이의 눈은 반짝이고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는 따뜻하고 졸리다.
반질한 타일 바닥에 누런빛이 번지고
차가운 콘크리트 새하얀 벽이 빛나고 있다.
나는 습기로 가득 찬 다용도실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아주 좋아합니다. “세탁기 없었을 때는 어떻게 살았을 까?” 합니다. 어떤 이는 나를 21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칭송합니다. 왜냐하면 여성의 가사노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아이가 책을 읽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세탁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머지않아 세탁기가 ‘인공지능’을 가지게 되어 우리를 실제로 관찰하게 될까요? 그때가 되면,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는 세탁기에게 직접 고맙다고 인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