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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중년의글쓰기 Aug 15. 2022

<시> 장맛비 뒤의 산안개

아빠 이야기… 산이 품고 있는 에너지를 보다.

 맑고 밀도 높은 공기가 방 안쪽까지 깊숙이 들어왔다. 그 시원한 기운에 아침 일찍 잠이 깨었다. 거실에 나가 창밖으로 산을 보았다. 산 둘레 허리춤에 안개가 짙게 걸쳐 있다. 안개는 하늘로 흩어지면서 희미해지고 있다.


 연병장에서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를 맞고 있는 군인들이 생각났다. 도열해 있는 군인들 위로 뽀얗고 습한 안개가 생겼다. 훈련 중에 비를 만나 흠뻑 젖은 젊은이의 등판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창 밖 저 멀리 앞산도 밤새 퍼붓는 비를 맞으며 꿋꿋이 서있었다.


 산 뒤편으로 높이 해가 뜨자. 산이 내뿜던 안개가 순식간에 하늘 높이 흩어졌다.  하늘이 맑게 개이고 있다. 며칠간 이어진 장맛비가 물러가자 하늘색이 더 파랗고 볕은 더 뜨겁다.  보고 있는 짧은 찰나 끝에 안개는 흔적이 없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어느새 며칠간 습했던 공기가 싹 가시고 날씨가 쨍했다.


 산은 하늘에서 비를 받으면 전부 아래 강으로 흘려보내는 줄로만 알았었다. 나 그게 아니었다. 해님의 도움을 받으면, 직접 하늘로 빗물을 다시 올려 보낼 줄도 안다. 자연의 순환은 여러 방면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연병장을 구보했던 젊은 군인들의 열기가 등으로 올라오듯이. 산은 태양의 에너지를 깊이 머금고 있었다. 비가 충분히 온 뒤에야 이를 발산하고 우리는 그제야 알게 된다. 젊은이의 등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보면서 그가 뜨겁게 달구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듯이…


 나는 산속 숲에 들어가면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시원한 줄은 알았지만,  거대한 산 자체가 에너지를 품고 있었는지 미처 몰랐다.




‘산안개’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42898&docId=1690222&categoryId=42898

‘해밀’의 뜻: 비가 온 뒤에 맑게 개인 하늘

https://ko.dict.naver.com/ko/search?range=all&query=%ED%95%B4%EB%B0%80


#공감에세이 #중년의글쓰기 #어른의글쓰기 #아빠글쓰기 #책쓰기 #출간작가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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