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넘치다가 실패한 경험은 누구나 있다.

X세대 직장생활 연대기... 몸으로 배우던 신입시절

by 중년의글쓰기

업무에는 규칙,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신입시절에는 의욕이 넘쳐서 이런 기준을 쉽게 보고 무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실수와 실패를 겪고 나서야 왜 이런 규칙이 있는지를 뒤늦게 깨닫게 된다.




자동차 설계, 개발 업무를 할 때, 설계표준서 (specification나 standard라고 한다)라는 방대한 기준서가 있다. 여러 규칙과 표준이 정리되어 있는 문서인데, 주로 법규에서 요구하는 기본 사항이나, 차량을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한 요구조건이 정리되어 있다.


신입시절, 새로운 소형차 프로젝트에서 ‘도어 시스템의 특정 부품’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미 선배들이 설계, 개발했던 이전 차종의 부품들과 설계도면이 있었기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레퍼런스(reference)가 있으니 팀에서도 의욕 넘치는 신입이 담당하는 걸 그리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애초 콘셉트는 외관 디자인은 디자인팀의 스킨(새로운 차량 디자인의 껍데기 데이타 skin)을 받고 보이지않는 뒷부분의 구조는 기존 양산(대량 생산) 차량과 유사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시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았기에 기존 양산 차량뿐 아니라 신규 차종에 대한 ‘원가절감’ 요구가 강하게 푸시되고 있었다.


나는 원가절감 아이디어로 부품 재료의 10% 절감을 제안했다. 중요해 보이지 않는 구조의 기본 두께를 2.5mm에서 2.0mm로 바꾸어서 캐드데이터(cad data)를 만들었다. 내가 제안했으니 내가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실행해야 했다. 기준서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기본 두께는 2.5mm(2.5t)였다.


나는 가능성의 근거를 만들기 위하여 플라스틱 원재료를 공급하는 업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당시 (약 22년 전)에 원재료 업체가 나의 cad data를 가지고 해석을 수행했다. 첫 해석 결과는 NG였지만 업체는 취약 부위를 보강하면 가능할 걸로 의견을 주었다. 그리고, 일단 Proto부품을 만들어서 시험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만든 cad data대로 첫 부품이 나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험팀에 시험을 의뢰했다. 하지만 강도기준을 만족하지 못했다. 나는 데이터를 여러 번 수정했고 proto금형도 수정해야 했다. 새로운 자동차 출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이제와서 기본 틀을 갑자기 바꿀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기본 2.0mm 구조 부위에 보강 리브( rib: 갈비뼈처럼 살을 붙이는 것)를 많이 덧대는 식으로 강성(외럭에 의해 변형되지 않는 성질)을 보완했다.


내가 설계한 부품은 여러 번의 데이터 수정과 시험을 거쳐서 양산(mass production)에 적용되었다. 애초 10% 중량 절감을 계획했으나 실제는 겨우 2% 정도였다. 반면 형태가 복잡해져서 생산성은 약간 떨어졌다. 결국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었지만 원가절감 효과가 없었던 셈이었다.




어느 날 거리에서 내가 설계했던 그 부품이 부러져 있는 차량을 본 적이 있었다. 부품의 강도가 여유가 없었기에 소비자가 무리한 힘을 가하면 저런 경우가 생길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설계한 차를 보고 자랑스러운 마음 대신 부끄러웠다.


‘역시 최소 두께 2.5mm란 기준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그 차량이 단종되어 거리에서 볼 수 없지만, 이 경험을 통해서 기준 spec에 대한 중요성을 크게 깨닫게 되었다. 의욕만 넘치던 신입사원이 밀어붙인 설계와 어려운 회사 상황에 제대로 실수를 거르지 못했던 시스템의 결과였다고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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