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이 토스트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토스트’로 끼니를 때우면서 열심히 시장을 보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22년 전 직장 회사 정문 앞 ‘푸드트럭’에서 먹던 토스트가 기억났다. 아니 그때 내 마음속 생각이 기억났다고 해야겠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전 느낌이 떠오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인천 산곡동 오래된 주택가의 1층 단층집 단칸방에서 자취를 했었다. 제대로 된 주방도 없었고 요리도 잘 못해서 아침밥을 스스로 해결하는 게 어려웠다. 회사 앞 아침 일찍 문을 여는 식당에서 라면에 밥을 말아먹거나 김밥에 우유를 사 와서 사무실에서 먹기도 하였다.
어느 날 회사 정문 앞에 ‘푸드트럭’이 와있었다. 여러 직원들이 트럭 주변에 모여서 ‘토스트’로 아침을 때우고 있었다. 식빵을 버터에 노릇하게 굽고 그 사이에 야채를 잘게 넣은 계란 지단을 끼워 넣은 옛날 토스트였다. 라면밥에 물려있던 나는 토스트로 아침 메뉴를 바꾸었다.
푸드트럭의 사장님은 얼마 전 우리 회사를 희망퇴직한 젊은 두 명의 여사우였다. 내가 직접 알고 있던 동료는 아니었다. 퇴직금으로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작은 트럭을 사서 LPG가스레인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널찍한 불판을 올려서 토스트를 구웠다. 두 사장님은 밝게 웃으면서 옛 직장동료들에게 토스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2000년 ~2001년 구조조정시기, ‘누가 남고 누가 나가느냐’ 하는 불편한 얘기가 오고 갔었다. 나는 아직 사원이라서 애초 대상에서 제외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평상시와 똑같이 매일 아침 출근하러 회사로 향했다.
나도 토스트를 주문했다 “토스트 하나 주세요” … “여기 있어요. 뜨거우니 조심히 드세요~” 토스트를 받아 든 시간이 벌써 7시 50분, 허겁지겁 토스트와 딸기 우유를 오물오물 삼키듯 해치웠다. 8시 정각 회사 경비아저씨가 철문을 닫기 전 정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 짧았던 시간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분들은 어떤 생각으로 회사 정문 앞에서 장사를 할 생각을 했을까?’
‘지난달에만 해도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던 동료를 만다면 마음이 어떻까?’
‘양배추를 더 많이 넣어 줄 생각을 했을까?’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살아가는 게, 살려고 하는 게… 나는 회사 안에서 당신은 회사 밖에서’ 왠지 우리는 토스트를 주문하고 굽고 돈을 내밀고 토스트를 건네받는 동안. 눈빛, 손짓으로 그런 대화를 했던 것 같다.
22년 전 부도난 회사 앞에서 그 사장님과 동료들, 나 그리고 지금도 버둥거리는 우리 모습이 겹쳐졌던 것 같다. 삶은 일관되고 참 질기다.
푸드 트럭이 장사를 시작한 지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는 데, 어느 날부터 ‘푸드트럭’이 보이질 않았다. 장사가 더 잘되는 다른 곳을 찾아서 이동한 것인지, 회사 앞이라 장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