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글쓰기 전공모임에서 ‘김필영’ 작가를 처음 보았다. ‘무심한 듯 씩씩하게’의 저자를 직접 만나보니 ‘씩씩하게’는 맞는 데, 전혀 ‘무심하지’ 않았다. 글쓰기 클럽 회원 각자의 말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의견을 주었다. 필영 작가님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정보를 듣고 바로 신청을 했다.
드디어, 김필영 작가의 책 “무심한 듯 씩씩하게(을유문화사 발행)”를 받았다! 아담한 사이즈에 중간중간 끼워 넣은 그림이 예뻤다. ‘어! 표지색이 분홍이네.. 학생시절 유행했던 로맨스 소설 느낌이 나는데…’ <1장. 어제의 필영> 몇 꼭지의 글을 읽었다.
서평 참가를 괜히 했나 싶었다. 젊은 여성의 감성적인 문장에 당황했다고 할까? 내가 제대로 공감하면서 서평을 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여성작가의 섬세한 감정선을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1장까지만이라도 일단 쭉 읽어보자!’
필영작가의 문장은 쉽고 부드럽다. 술술 읽힌다. 목 넘김이 좋은 소주가 생각난다 (글 속에 술얘기가 많이 나온다!) 나는 주인공 김필영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 듯했다. 그만큼 끝까지 읽게 만드는 몰입이 좋은 책이다.
‘실수전문가’ 김필영 씨는 자주 자책을 한다. 작가는 당시의 생각과 감정을 꾸미지 않는다. “어제 갔었던 술자리에서는 그다지 건진 게 없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즈음, 나는 20년 전 나 역시 똑같은 넋두리를 했었다는 걸 갑자기 깨달았다.
나는 작가의 감정선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작가는 과하게 수려한 문장으로 독자의 감정을 흐뜨러트리지 않는다. 작가의 호흡에 따라 독자를 끌어들이는 필력이 돋보인다.
나는 어느새 시나리오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손재주도 없고, 눈치도 없고, 제빠르지도 못한 청년이었다. 필영작가가 얘기하는 나무늘보처럼 가는 사람이었다. 결코, 다람쥐처럼 날쌔게 뛰어가지 못했다. 나도 그런 거에 자주 마음을 썼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고 나는 못 가진 것들을…
“무심한 듯” 이란 마음에 힘을 뺀다는 뜻이 아닐까? 운동을 배울 때, 처음에는 온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연습을 할수록 힘을 빼는 부분과 힘을 써야 할 때, 쓰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평생 동안 마음의 힘을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세상에 마음 쓸 일이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