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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an 12. 2024

숨겨진 진짜 마음을 어떻게 알까?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알면 진짜 내 마음이 보인다”



아침 출근길, 다양한 차들이 제 갈 길을 가고자 도로 한복판에 모여들었다. 이 많은 자동차가 질서를 지키며 목적지를 안전하게 가려면 눈앞에 있는 교통신호를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자칫 신호를 무시하거나 오해했을 때, 원치 않은 사고를 내며 다른 목적지를 향해가는 운전자들도 못 가게 막아선다. 흐름이 막히는 거다. 우리 마음도 이와 같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 메시지를 소홀히 대하거나 착각해서 멋대로 해석하면 감정이 나를 삼킨다. 잘못 해석한 감정이 마치 나를 대변하듯 멋대로 행세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진짜 내 마음이 맞을까? 우리는 마음을 정확하게 알까?




감정이 마음속에 머물 때는 느낌으로 존재한다. 느낌을 알아차리고 말로 표현했을 때 감정은 살아 움직이고 행동과 삶을 만드는 힘을 가진다. 느낌이었던 감정은 우리가 붙여준 이름표를 달고 나와서는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거다. 놀라운 건 마음속 감정이 얼굴을 내밀 때 어떤 감정인지 확인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익숙한 감정을 들이댄다. ‘난 비만 오면 우울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짜증 나지? 이놈의 우울증’, ‘지치고 힘들어. 정말이지 죽을 것 같아. 또다시 우울증인가?’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면 ‘우울해서 그래’라고 이름 지었더니, 우울감이 나를 대변하게 된다. 나는 더 많은 감정을 다양하게 가졌지만, 마음 깊이 다른 감정은 숨어버렸다. 




습관적으로 말했던 부정적 감정은 마음에서 흘러가지 못하고 한곳에 오래 머문다. 끔찍한 감정의 늪은 점점 커지고 어느 순간 우리가 빠지기를 기다린다. 감정이 다시 흐르게 하려면 어떻게 할까? 두 가지 소통법이 있다. 첫째, 감정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를 아는 것이다. 지치고 힘들다고 무조건 우울한 감정은 아니다. 전날 잠을 설친 탓에 피곤했거나, 최근 과한 업무량으로 지쳤을 수도 있다. 둘째, 소중한 내 감정에 더 괜찮은 표현을 사용하는 거다.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보다는 ‘좀 지치네. 쉬면 괜찮겠지’라고 하면 감정도 그만큼만 반응한다. 내면소통 방식을 조금만 바꿔도 마음질서가 잡히고 원하는 삶을 산다. 




마음질서를 찾는 소통법 첫 번째, 감정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를 알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 작가는 「세바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엔 마음이 가라앉거나 힘들면 습관적으로 ‘또 우울증이 왔구나’ 했어요. 그랬더니 저는 항상 우울한 사람이 되어가는 겁니다. 마음이 가라앉고 힘든 이유는 다양하잖아요. 잠이 부족했거나 일이 많아 지쳤거나. 그래서 지금은 저에게 물어봐요. ‘너 잠은 잘났니? 잠이 부족했구나’ ‘너 얼마나 일했어? 일이 많아 지친 거야’ 이렇게 감정에 이름을 붙이니 저는 매 순간 우울한 사람에서 벗어났습니다. 이것이 제가 감정을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감정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를 아는 건 중요하다. 조금만 불편해도 ‘짜증 나’라고 말하면 우리는 ‘짜증만 내는 사람’이 된다. 약간의 긴장감을 느낄 때마다 ‘뭔가 불안해. 미치겠어’라고 한다면 ‘항상 불안한 사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하는 게 된다.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엉뚱하게 해석하니 진짜 감정은 마음속 깊이 숨고 잘못된 감정은 우리 삶을 과감하게 지배한다. ‘짜증만 내는 사람’, ‘불안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마음속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왜 짜증 나? 왜 불안해?’ 감정이 속삭이는 말을 들어보자. ‘요즘 다이어트 때문에 식욕을 참느라 그래’




마음질서를 찾는 소통법 두 번째, 소중한 내 감정에 더 괜찮은 표현을 사용하자.

세계적인 동기부여 강연가 토니 로빈스는 저서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말, 특히 감정을 묘사하는 말을 조금만 바꿔도 생각하는 방식, 느끼는 방식, 심지어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 감정은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우리는 감정을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감정이 휘몰아칠 때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휩싸인다. 이유는 내면에서 ‘부정적 힘’을 실어주는 말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가 말하는 말의 프레임에 갇혀서 그 감정을 만든다. 이를 피하려면 먹구름이 밀려오듯 짜증이 쏟아져도 조금 부드럽게 표현하면 된다. ‘짜증 나 미칠 것 같아’ 대신에 ‘마음이 조금 불편해’로 바꾸면 된다. ‘짜증’에서 ‘조금 불편’으로 표현만 바꿨더니 감정은 ‘조금 불편’으로 끝난다. ‘반드시 오늘 안에 끝내야 해’ 대신에 ‘일단 해보자’라고 말해보자. ‘~해야 해’는 자신을 강요하고 압박하는 표현이다. 끝내기도 전에 불안한 마음이 집중력을 흩트린다. 대신 ‘~해보자’라는 표현은 나를 향한 부드러운 권유처럼 들리고 마음이 평온하여 집중이 더 잘된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말을 했다. “이 시대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태도를 바꿈으로써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감정을 대했던 습관적인 태도만 바꿔도 우리 삶은 훨씬 풍부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 감정을 만든 주체는 자신이다. 우리가 이 순간 떠올린 생각이 감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치 않는 감정 때문에 힘들었던 이유는 그 감정이 전하는 진짜 메시지를 놓쳤기 때문이다. 감정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감정이 전하는 속 깊은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까? 흔히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그 이면에 중요한 메시지를 숨겨두고 있다. 숨겨진 메시지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면 우리는 감정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두려운 감정’은 단지 ‘불안함’, 무엇인가를 향한 ‘공포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노’ 역시 치밀어 오르는 ‘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실망감’은 끊임없이 자신을 자책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감정이 아니다. ‘무능감’은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선언하는 감정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소중한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애쓰고 있는 마음의 신호다. 




첫째, 두려움은 아직 준비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어서 준비하라는 경고음이다. 두려움은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마음을 부추기는 감정이다. ‘뭔가 두려운 건 핵심을 놓쳤기 때문일 거야, 시간 없고 성가시지만, 다시 할까?’, ‘다음 주 있을 발표준비가 덜 됐으니 지금 식사자리가 불편한 거야. 중요한 걸 먼저 하자’, ‘그가 제안을 거절하는 건 당연해. 그가 뭘 원하는지 모르잖아. 직접 물어보는 게 좋아’ 턱 걸리는 두려움에 초조해하기보다는 무심코 넘긴 일이나 상황을 살피고 완성하는 작업에 집중하면 된다. 두려울 땐 집중할 것을 찾자. 두려움은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 집중해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마음의 알림음이다. 




둘째, 분노는 우리가 지키고 싶은 기준이나 경계를 다른 사람이 무너뜨렸다고 생각해서 만든 감정이다. 다른 사람 행동을 ‘선제공격’으로 인식하니 그를 ‘탓’하며 대응하는 거다. 그동안 우리는 분노를 ‘타인공격’에 대한 ‘우리 반응’이라고 오해했다. 중요한 사실은 상대방은 우리가 무엇을 절대적으로 지키고 싶은지 속속들이 모른다. 우리가 정한 기준이 합당한 기준인지도 확실치 않다. 사람마다 허용하는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분노가 치밀 때는 10초만 참고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자. ‘저 사람은 나와 생각이 달라. 내가 화 난건 저 사람 탓이 아니야. 내 기준 때문이지’ 분노는 다른 사람 입장을 보게 만드는 마음의 안경이다.




셋째, 실망감은 우리가 이루고 싶은 정도와 이룰 수 있는 것을 착각하고 있다는 마음 신호다. ‘이번에 내가 일등을 했어야하는데’, ‘이달에 팀장으로 진급을 했어야하는데’ ‘내가 이렇게 노력했는데 또 떨어지다니’ ‘다 포기하란 뜻인가?’ 당연히 이루어야 하는 건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신께 맡기는 거다. 원하는 걸 이루지 못했다면 원인을 찾아서 발전을 위한 노력을 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즉,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확률을 높이고 그 결과는 욕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망감은 우리가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탐구하게 만드는 마음의 지혜다. 




넷째, 무능(無能)은 말 그대로 우리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감정이다. 사람은 모두 잘할 수 없다. 준비했던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무능할까? 대신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할 수 있다. 급여가 적다고 무능할까? 대신 마음을 위로하는 능력은 탁월할 수 있다. 심지어 유머 감각까지 탁월하다. 실수로 재산을 잃었다면 무능할까?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누구보다 클 수 있다. 무능감 때문에 귀한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길 필요는 없다. 마음이 따뜻하고,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우리는 무능하지 않다. 무능감은 우리가 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이미 채워진 건 무엇인지 알게 하는 마음의 저장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년 명절을 앞두고 몇 주간 마음이 불안하고 짜증이 치밀었다. 업무를 흡족하지 않게 마무리했거나 큰 발표를 앞두고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마음을 에워쌌다. 풀지 못한 갈등이 있을 때, 함께 사는 가족에게 말 못 할 앙금이 있을 때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홧김에 퍼부은 말로 상처를 주고 후회될 때, 차마 미안하단 말을 하지 못 할 때 마음이 지옥 자체였다. 마음이 주는 메시지는 하나다. ‘해결할 건 해야지. 언제까지 묻어둘래?’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부족한 건 다시 하고, 갈등은 풀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나를 옭아맨 감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 거의 없다.




석가모니는 이런 말을 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이해, 연민,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는 능력을 통해서다” 부정적인 감정을 그대로 두면 싸우고 소리치고 비난하면서 소중한 마음을 학대한다. 그렇다고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고 지배하려 한다면 억압에 참지 못하고 언젠가는 폭발한다. 대신 감정들이 흘러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자. ‘버리는 능력’은 ‘비우는 능력’ 이고 ‘흘러가게 하는 능력’이다. 감정의 모습을 살피고, 감정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건강한 내면 대화로 감정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면 감정들은 그 역할을 다했기에 천천히 흘러간다. 몸속 혈액이 잘 흘러야 몸이 건강하듯, 마음속 감정이 잘 흘러야 건강한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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