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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Jan 05. 2024

나와 소통하면 세상과 통한다.

"나와 소통하기, 나와 소통하면 세상과 통한다"



소통(疏通)의 참뜻은 ‘흘러감’이다. 막힘없이 통하는 것,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불안감 없이 곧잘 가는 것, 멈칫하여 뒤돌아보며 의심하지 않는 게 소통이다. 요즘은 여기저기서 소통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소통을 강조하는 시대에 사는 것 같지만, 소통은 어느 시대건 우리를 조화롭게 살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덕분에 타인과 소통하는 여러 방법론이 지금도 무수히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소통을 잘 하고 있을까?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이루며 살고 싶은 우리는 소통을 잘하기 원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는 소통 법칙이 유독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다. 이유는 각자 마음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사람마다 마음속 내면소통이 다르다는 뜻이다. 타인과 나누는 소통이 건강하게 흘러가려면 자기 마음속 내면소통이 막힘 없어야 한다. 건강한 마음 상태, 건강한 감정 상태가 좋은 소통을 만드니까.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내거나 짜증을 잘 내는 사람. 별거 아닌 실수에도 죽일 듯 자신을 자책하는 사람. 매 순간 불안하고 초조해서 한없이 움츠러드는 사람. 날마다 우울감에 지쳐 내려놓고 싶은 사람 등. 이들은 외부 소통은 물론 내면소통 또한 단단히 막혀있다. 분노, 짜증, 불안, 초조, 우울감 등 부정적 감정이 흘러가지 못하고 마음 한곳에 머물러서 이들을 힘들게 한다. 그동안 불편한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해 덩치를 키웠다면, 이제는 불편한 감정이 흘러가게 통로를 만들면 된다. 자신과 나누는 건강한 내면소통은 우리 감정을 회복시킨다.



자신과 건강하게 내부 소통하면서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사람이 있다. 그 누구보다 불편한 상황을 잘 받아들이며 성장한 지적장애 첼리스트 배범준이다. 배범준은 어려서 우연한 사고로 지적장애인이 되면서 학창시절 많은 친구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사람들이 주었던 마음의 상처는 그의 입과 마음을 완전히 닫게 했다. 배범준은 첼로라는 악기를 접하면서 스스로 내면 상처를 치유하고 지금은 평화를 연주하는 첼리스트가 되었다. 



첼리스트 배범준은 첼로를 통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과 내면소통을 시작했다. 수많은 상처와 아픈 마음을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로 달래주었다. 첼로가 내는 굵직하면서도 신뢰감이 느껴지는 음색은 배범준이 굳게 닫았던 마음을 활짝 열 수 있게 용기를 주었다. 때로는 경쾌한 곡, 때로는 고요한 곡을 연주하면서 밝고 경쾌한 대화, 고요하고 평화로운 대화를 자신과 나누기도 했다. 첼리스트 배범준에게 첼로는 악기가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자신과 나눈 내면소통을 사랑과 평화로 채우자 세상과 나누는 소통이 평화와 감동으로 전해졌다. 



소중한 나와 나누어야 할 대화는 힘들었던 나를 위로 말, 어딘가에서 받았던 상처를 치유하는 말, 끝없이 나를 사랑하는 말을 하는 거다.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따뜻한 사랑으로 위로했을 때 내 마음은 평화와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지금 자신과 나누는 내면 대화가 감정을 만들고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 평온하길 원하면 소중한 나에게 평화로운 말을 건네자. 위로받고 싶다면 소중한 나를 먼저 안아주자. 사랑받고 싶다면 소중한 나를 먼저 사랑해주자. 내면세계에서 감정이 건강하게 흘러가면, 세상과도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건강한 내면소통으로 불가능을 가능케 한 또 한 사람이 있다. 한국최초 다운 증후군 보디빌더 남상욱이다. 다운 증후군은 선천적으로 근 긴장도가 일반인의 50%다. 근 긴장도가 낮다는 건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힘이 낮다는 의미다. 근육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운동 동작을 통해 근육의 이완, 수축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서 근육에 상처를 내야 한다. 근육에 상처 내기와 회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근육이 성장하는 거다. 다운 증후군인 사람은 운동 동작을 수행할 때 몇 배의 힘듦은 물론, 영양 성분 흡수와 활용도가 현저히 낮아 근육 성장이 힘든 몸이다. 



보디빌더 남상욱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다운 증후군의 단점을 극복하고 한국최초 당당하고 멋진 보디빌더가 되었다. 지방을 제거하는 일이 일반인보다 몇 배나 힘든데도 불구하고 체지방 8%를 이루었다. ‘불가능’이라고 외치는 세상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갔다. 무엇이 그를 도전하게 했을까? 어떻게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을까? 세상 관점에서 ‘불가능한 일’에 도전한 이유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킨 거대한 힘은 자신과 나눈 건강한 내면 대화 덕분이다. 



“왜 운동하세요?”라는 질문에 보디빌더 남상욱은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제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대회 등수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운동이 즐겁거든요”

남상욱의 방은 많은 보디빌더의 사진으로 채워져 있었고 보디빌더들의 근력을 철저히 연구했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끝낸 후 귀가하면 집에서 근력 운동이 이어진다. 보디빌더 남성욱은 장애인이 아니다. 그의 마음은 물론 외모까지도 멋지고 건강한 청년이었다. 지금의 멋진 자신으로 성장하기까지 남상욱은 어떤 내면의 대화를 나누었을까?



보디빌더 남상욱은 자신과 나눈 내면 대화에서 자신의 장애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을 거다. 대신 자신이 얼마나 건강하고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이 많은지, 얼마나 즐기고 싶은지 끊임없이 마음과 대화했다. 결국, 내면의 긍정 대화는 자신이 가능한 사람임을 증명하게 했다. 그가 보여준 용기와 끊기, 내면의 긍정성은 같은 장애를 지닌 다른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다운 증후군 자녀가 있는 부모의 마음에 ‘우리 아이도 가능하겠구나’라는 기대감을 심었다. 그의 내면소통은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희망소통이 된 것이다. 



신체장애를 딛고 희망을 품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건강한 신체에도 불구하고 우울과 좌절에 함몰되어 아픈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겉모습이 건강해 보인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당연히 건강한 건 아니다. 각자 다른 사연과 경험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거나 타고난 뇌 호르몬 작용으로 마음의 병을 앓을 수도 있다. 혹은 특별히 예민한 기질 때문에 보통사람보다 더 많은 우울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네가 성격을 고쳐, 맘만 먹으면 가능해”, “안 힘든 사람이 어딨니? 유별나게 굴지 마” 이런 냉소적인 한마디는 이들의 아픈 마음을 칼로 헤집는 격이 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난 쓸모없어. 차라리 없어지자’ 이런 말은 더더욱 하면 안 된다. 



우울과 좌절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3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아픈 경험과 힘든 가정환경이다.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게 깊은 상처로 남았으니 건강한 내면 대화를 하기가 힘들다. 둘째, 뇌 호르몬 작용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행복을 느끼는 수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다. 감정은 뇌 호르몬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 수치가 적으면 우울감을 훨씬 많이 느낀다. 셋째, 타고난 기질이 예민한 경우다. 예민함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기질이며, 예민한 감각 덕분에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작은 부분까지도 알아차린다. 주변의 모든 것이 자극이므로 스트레스 지수와 피로감이 높고 감정적으로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



우리를 둘러싼 마음 환경이 고되고 힘들더라도 꼭 기억해야 할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나’이며,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중해야 할 ‘귀한 나’라는 사실이다. ‘귀한 나’를 지켜줄 한 사람은 ‘사랑을 품은 나’다. 아픈 경험으로 마음을 다친 나, 뇌 호르몬 불균형으로 마음이 힘든 나, 예민한 감각 때문에 마음이 지친 나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면 어떨까? 떠오르는 부정적 생각은 잠시만 멈추고 ‘귀한 나’에게 한 마디 건네보자. 



첫째, 아픈 경험들이 여전히 나에게 상처가 된다면 이렇게 말하자. ‘많이 아프고 힘들었지? 누구도 마음을 몰라주니. 이젠 내가 더 많이 사랑할게. 고마워. 잘 살아줘서’ 어려서부터 많은 부정적 말에 시달렸지만 잘 버텼고 힘들었던 경험을 잘 견뎠으니 마음껏 위로할 차례다. 문득문득 부정적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한다면 모른 체 방관하지 말고 힘든 마음을 알아주자. 내면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감싸는 동안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덧 흘러가 버린다. 



둘째, 뇌 호르몬 불균형이 나를 힘들게 했다면 내 마음을 향해 환하게 웃어줘도 좋다. ‘거울 보며 함께 웃을까? 왜냐하면, 나는 웃을 때가 가장 예쁘니까. 이제는 아파도 함께 웃자’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는 뇌가 행복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착각한 뇌가 우리가 행복한 줄 알고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을 분비시켜준다. 우리는 행복해서도 웃지만, 웃음으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지친 얼굴에 드리우는 행복한 미소는 부정적 감정이 흘러간 자리에 행복으로 채운다. 



셋째, 예민한 기질이 나를 지치게 했다면 예민함을 탓하지 말고 대신 이렇게 말하자. ‘예민해도 괜찮아. 예민함 덕분에 다른 사람 마음을 더 잘 알고 배려하니까. 예민함 덕분에 그들이 상처받지 않게 따뜻함을 전하니까. 예민함은 단점이 아니라 알고 보면 장점이니까’ 사람은 배려받고 사랑받으면 행복하다. 반대로 배려하고 사랑을 나누어도 행복하다. 예민한 사람은 타인을 지극히 사랑하고 배려하는 선한 마음을 가졌다. 피곤함은 있을 테지만 선함을 베풀면서 받게 될 행복이 마음속 피곤함이 흘러가게 만든다. 지치고 힘든 마음은 흘러가게 두고 새롭게 채워지는 행복을 맞이하며 아름답게 웃어보자.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막힘 없이 대화하는 걸 소통이라 말한다. 진짜 소통은 대화는 물론 서로 간의 마음이 막힘없이 통하는 거다. 관계를 살리는 건강한 소통이 되려면 먼저 자기 자신과 건강한 내면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내면소통이란 소중한 나에게 사랑과 존중을 담아서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내 감정이 한자리 오래 머물지 않고 흘러가게 두는 것. 흘러간 자리에 다시 좋은 감정으로 채우는 것이다. 나와 나누는 소통은 내 안에 작은 행복을 만들고, 세상과 나누는 소통은 작은 행복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기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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