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데 매력적이고 싶어, 어떻게 말할까?
“착하다” 칭찬이야, 욕이야?
“착하다” 칭찬이야, 욕이야?, 착한데 매력적이고 싶어, 어떻게 말할까?
토요일 오후, 27살 모태 솔로인 김솔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마침 절친인 최미녀에서 카톡이 왔다. 미팅을 가장한 저녁 식사를 하잔다. 갑작스런 만남이 부담스럽지만 이번기회에 남친 한명 만들기로 작정하고 나가기로 했다. 2년 전 백화점 세일 할 때 구입했던 분홍색 원피스를 꺼내입고, 모처럼 구두도 신었다. 한껏 치장한 모습이 자신이 봐도 제법 예쁘다.
카페거리에 있는 분위기 괜찮은 식당에서 네 명이 모였다. 여성팀 김솔로, 최미녀 그리고 남성팀 박핸섬, 정무뚝 이다. 식사와 음료를 마시며, 서로 재미있는 대화들이 오갔다. 그러던 중 박핸섬이 최미녀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최미녀님, 분위기가 착해 보이세요. 이름과 잘 어울립니다.”라고 했다. 이에 질쎄라 정무뚝이 김솔로에게 말을 건냈다. “김솔로씨도 인상이 착해 보입니다.” 이 말을 들은 두 여성의 마음 속에서 반대의 감정이 올라왔다.
김솔로의 마음은 이랬다. ‘뭐지, 내가 순둥순둥해 보이나? 만만하단 뜻인가? 너무 많이 웃어줬나? 매력 없어 보일텐데, 이제 적당히 웃고 되도록 말을 하지말자. 그럼 어렵게 보이겠지.’ 이런 생각과 함께 남은 시간 동안은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물어보는 질문에 “네”라는 대답 혹은 미소로 화답했다.
반면 최미녀의 마음은 이랬다. ‘칫, 그럼 그렇지. 역시 내 몸매와 얼굴에 반했군. 난 어딜가든 주목받아. 하긴 내가 봐도 난 섹시하니깐. 좀더 자신있게 하고싶은말을 하자.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말하는 여성이 매력 쩔거든.’이 생각을 한 최미녀는 자신의 잘남을 마음껏 뽐내며 그 시간을 아주 잘 즐기고 있었다. 물론 대화에 적극 참여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착하다”라는 멘트에 두 여성의 반응이 전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착하다”라는 말이 지닌 2가지 의미 때문이다.
착함의 첫 번째 의미는 ‘당신 참 만만하고 쉬워 보여. 딱히 특징이 없어서 존재감이 없어 보이기도 해. 그리고 너무 순종적인 느낌이야. 착한 여자들은 애정을 갈구하는 의존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해. 별 매력을 못 느끼겠어.’라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 김솔로가 착하다는 말 한마디에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더 이상의 대화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착하다는 두 번째 의미는 ‘오~당신 참 섹시해요. 몸매도 관리를 잘해서 너무 예쁘고, 얼굴도 예뻐요. 반할 것 같아요. 당신 정말 매력적이군요.’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착하다는 표현에 최미녀는 우쭐할만하다. 스스로 자신이 매력적이고 섹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 규범이나 도덕에 어긋남이 없이 옳고 바름을 표현하는 ‘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미 ‘사물화’ 되어 버린 듯하다. 요즘 시대에 통하는 ‘착한 사람’ 그중에서 남녀관계에서 만만해 보이지 않고 매력적 일 수 있는 현명한 처세술을 소개하겠다. 남녀관계에서 착하지만 만만해 보이지 않는 처세술을 무엇이 있을까?
만만하지 않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남녀관계 처세술 첫 번째는 ‘첫인상 메이킹 제대로 하자’이다. 첫인상은 의도적으로 메이킹이 가능하다. 첫 만남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매력 남,녀로 어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까? 정답은 긍정의 언어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첫인상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 미국의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는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A,B 두 집단에게 한사람의 특성을 6개의 단어로 소개했다. 다만 6개의 단어배열의 순서를 다르게 하여서 A,B 두 집단에게 제시했다.
A집단에는 똑똑하다, 근면하다, 충동적이다, 비판적이다, 고집이 세다, 질투심이 강하다, 라고 제시했다. B집단에는 반대순서로 질투심이 강하다, 고집이 세다, 비판적이다. 충동적이다, 근면하다, 똑똑하다, 라고 제시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A집단에서는 제시된 정보를 통해 이 사람을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B집단에서는 같은 사람을 문제적인 사람으로 평가했다. 먼저 들어온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더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제시된 정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초두효과’라고 한다.심리학에서는 이를 ‘첫인상’이라고 한다. 남녀관계 뿐아니라 면접, 혹은 비즈니스에서도 ‘초두효과’를 이용해서 자신의 첫인상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초두효과를 고려한 다음의 대화를 살펴보자.
장발장: 김샌스씨 말씀을 적게 하시네요. 원래 조용한 성향이세요?
김샌스: 제가 조용해 보이시죠. 사실 밝고 사교적인 성격입니다. 재미있게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해요. 다만 오늘은 조금 긴장이 돼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네요. 장발장님 쾌활하게 말씀을 잘하실 것 같아요. 잘 부탁드립니다.
조용한 성향이냐는 질문에 자신이 밝고 사교적인 사람이라고 먼저 밝힘으로써 장발장은 김샌스를 사교적인 사람으로 인식했다. 또한 대화 말미에 장발장에게 쾌활해 보인다는 한마디를 함으로써 장발장을 살짝 띄워졌다. 김센스는 센스있게 자신의 매력을 잘 어필했다. 첫 만남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긍정적인 단어를 앞부분에 나열함으로써 첫인상 메이킹이 가능하다.
매력적인 처세술 대화법 두 번째는 바로 ‘당당당’ 이다.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의견을 물어볼 경우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고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설사 그 내용이 진부해도 괜찮다. 상대가 의견을 물어볼 때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존재감이 부정되면 아무리 미인이라도 매력적일 수가 없다.
첫 만남에서 대화에 열중하고 있는 남녀를 살펴보자.
박핸섬: 김솔로씨 어떤 음료를 드시겠어요?
(속마음: 음, 예상보다 미인이네, 왠지 마음에 들어.)
김솔로: 음...아무거나 잘 좋아요.(웃음)
(속마음: 오늘은 좀 얌전한 컨셉으로. 이 남자 괜찮아 보여.)
박핸섬: 그럼 커피 드실래요?
(속마음: 뭐지? 아무거나 좋아한다고, 뭘 주문할까? 여자들은 커피를 좋아하니까 커피로.)
김솔로: 네.
(속마음: 뭐꼬, 난 커피 못 마시는데, 보통 맛있는 쥬스를 주문하던데, 이 사람 쫌쌩인가?)
박핸섬: 영화는 좋아하세요?
(속마음: 아~도무지 무슨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군. 영화보자고 해볼까?)
김솔로: 네.
(속마음: 답답하게 왠 영화, 삼겹살에 소주한잔 생각나네, 아침부터 굶었더니 배고파 ㅠㅠ)
박핸섬: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세요?
(속마음: 좋아, 다음코스는 극장이다. 근데 최근 개봉작이 뭐지, 오랜만이라 모르겠네)
김솔로: 재미있는 영화는 다 좋아해요.(억지 웃음)
(속마음: 아!삼겹살에 소주가 좋다고...이 남자야)
박핸섬: 영화보고 맛있는 저녁식사 함께 하시죠. 혹시 뭐 드시고 싶으세요?
(속마음: 재미있는 영화? 그게 뭐냐고? 도대체 속마음을 모르겠어, 무조건 네네, 생각이 없는건가?)
김솔로: 전 아직 배가 고프진 않는데, 먹는다면 다 잘 먹어요.
(속마음: 삼겹살에 소주라고요...이 남자 왜이리 내 마음을 모르지, 에잇, 눈치 제로)
박핸섬: ...(난처한 표정으로)
(속마음: 그 잘먹는 한가 지를 말해달라고...피곤하다..이 여자 에프터 해야 하나?)
위 대화에서 김솔로는 자신의 의견을 거의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마지막 식사제안에서는 부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상대방이 무안했을지도 모른다. 덕분에 김솔로는 이번에도 솔로 탈출 실패다. 다음 대화를 살펴보자.
최미녀: 반가워요. 저는 최미녀입니다. 사실 최미녀보다는 최상냥이 더 잘어울리죠.(미소)
정무뚝: 네. 정말 반갑습니다. 정무뚝입니다. 미녀,상냥 모두 이미지와 잘어울리세요.(하트)
최미녀: 첫 인상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정무뚝님 안경 쓰신 모습이 굉장히 스마트해 보이세요.
정무뚝: 저또한 칭찬 감사합니다. 음료는 커피 괜찮으세요?
최미녀: 괜찮지만, 오늘은 달콤한 쥬스를 마실께요. 특별한 날엔 특별한 음료죠.
정무뚝: 성격이 참 밝고 대답도 명쾌하게 잘 하십니다. 저도 오늘은 쥬스를 마시고 싶네요.
지난주에 마블영화 개봉했던데, 미녀씨 영화보는거 좋아하세요?
최미녀: 네, 좋아해요. 최근에 회사 업무에 정신을 집중하느라 많이 못 봤지만, 한때는 매주 극장에 갔는걸요. 특히 혼자서 조조영화를 즐겨봤었어요. 사람들이 많지 않는 이른 시간에 영화를 보면 왠지 더욱 편안한데다 가격도 싸서 좋아요.
정무뚝: 취미가 같다니 영광입니다. 이번 주 주말에 영화 보실래요? 전 아직 혼자 영화 보는것이 쑥스럽네요.
최미녀: 훗, 좋죠.
정무뚝: 네, 좋습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고 맛있는 점심 대접해 드릴께요.
최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와 영화의 취향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정무뚝 역시 자신이 취향을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만남을 유도한다. 대답만 “네네”하던 김솔로 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긍정적이고 당당하게 말하던 최미녀는 누가 봐도 매력적이다. 얼굴이 미녀여서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것이다. 사람은 ‘당당당’에 끌리고 ‘네네네’에 질릴 수도 있다.
착하다는 것은 언행이나 마음씨고 곱고 바름을 의미하며 상냥하다는 뜻도 가진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감 있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착한 것이 아니라 멍청한 것이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바람에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은 더 이상 착한 것이 아니다. 그냥 생각이 없는 것이다.
착한 당신은 이미 선하고 바른 마음을 가졌으며, 올바른 기준으로 바른 판단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 착한 속내를 당당하게 표현하자. 그리고 자신을 어필할 때, 긍정적이고 멋진 단어를 사용하자. “멋지세요”라는 칭찬에 머쓱해 하면서“아니예요”라는 대답은 겸손이 아니라 진짜 멋지지 않다는 인상을 상대에게 남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