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경 May 11. 2022

어떻게 하면 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소통에 온기를 불어넣는 공감표현  

   

인종 : 젊었을 땐 사람들 모두 성격 장애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 모습이 싫어서 난 안 그래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내 생각을 강요하고 있더라. 내 말을 상대가 수긍한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서 안 그래야지 하고 입을 다물면 표정으로, 기운으로 기어코 내 주장을 드러내고 있더라고...그렇게 나는 멋없이 늙어가.    

 

혜정 : 멋없이 늙어가는 거, 걱정 안 해도 돼. 젊었을 때도 멋없었으니까.   

  

제법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속 대사다. 극 중에서 인종은 방송국 국장이고, 혜정은 잘나가는 노처녀 스타 작가다. 위 대화에서 인종의 대사가 의미 있게 와닿았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젊었을 때 경험했던 윗사람의 ‘말 꼬장’을 이제는 그 위치에서 본인이 하는 것이다.     


대화하거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할 때 자신만의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경우가 제법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이 가진 특성 중 하나인 ‘확증 편향’ 때문이다. ‘확증 편향’이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만 인정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편향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요즘은 각기 다른 분야의 많은 사람과 소통이 필요한 시대다. 사적인 대화는 물론 사회생활에 필요한 공적인 대화에까지 소통은 필수요소다. 타인과 교류하는 소통의 순간에 ‘확증 편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다. 근거가 명확한 주장이라면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신뢰감을 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고집스러운 꼰대로 인식될 수도 있다.      



사적 혹은 공적 대화를 할 때 필요한 것은 확증 편향이 아닌 열린 사고다. 열린 소통을 통해서 우리는 진정한 교감과 협력을 경험하게 된다.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감과 협력은 직장 및 사회에서 서로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런 교감과 협력의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감 능력’이다.     


 

최근 ‘공감 능력’이라는 것이 인간관계 및 사회생활에서 꼭 필요한 능력의 하나로 회자 되고 있다. ‘공감’이라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인가? 공감(empathy)을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으며 ‘말로써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공감’이 그것이다.     



말로써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표현     



말로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이란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그의 방식대로 보고 생각하고 느낀 대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즉 대화의 상황에서 상대가 느꼈을 감정을 스스로 상상하고 온전히 이해한 후에 그 감정을 말로써 읽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의 대화를 살펴보자.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번에 말했던 회사 선배 때문에 너무 힘들어. 매번 자기가 잘못한 것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나한테 떠넘기는 거야. 누구 탓 인지 일일이 따져 묻는 것도 애매하고 내가 도와준 일을 자신이 다한 것처럼 말하는 것도 억울해. 요즘은 출근하는 것이 싫어.” 이렇게 하소연을 했다.      

이럴 때 우리는 공감한답시고 이렇게 말한다. 



“그 선배 정말 나쁜 사람이네, 그냥 과장님께 사실대로 말해. 일일이 따져서 그 선배 잘못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야 하는 거 아냐? 자기 일을 너한테 모두 떠넘기는 것도 너무해. 화나. 진짜 억울해. 어떻게 그런 나쁜 사람이 다 있지?”     



이것은 진정한 공감이 아니다. 상대의 감정에 자신이 완전히 몰입되어 같은 감정을 느끼고 분개하는 것은 공감이 아닌 동감(sympathy)이다. 상대가 자신을 이해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자칫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동감은 상대의 감정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경험이 자신에게 투사되어 발생하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다.     


 

공감의 표현으로 상대의 감정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 선배가 자신의 잘못을 네 탓으로 돌리고 자기 일을 너에게 맡기다니, 정말 속상하겠다. 더군다나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 출근하기 싫을 것 같아. 잘잘못을 일일이 따져 물을 수도 없고 네가 정말 답답할 것 같아.” 이렇게 표현했다면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상상하고 느끼면서 말로써 읽어 준 것이 된다.      



힘들어하는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진정한 공감이란 거울을 통해서 상대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공감표현     



행동으로 표현되는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상황이나 생각을 상상해서 이해되는 내용을 자신의 행동지침으로 활용해서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공감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 있다. 패트리샤 무어(1952년 뉴욕출생)라는 디자이너다. 26살의 젊은 나이에 그녀가 보여주었던 따뜻한 공감은 사소한 것조차 하기 힘든 노인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러한 제품디자인을 위해서 그녀는 스스로 80세 노인이 되는 결정을 했다.   


  

80세로 보이기 위해서 매일 3시간 동안 노인 분장을 했다. 외모뿐 아니라 신체기능의 불편을 몸소 느끼기 위해서 다리에는 철제보조기구를 부착하고 동작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노인처럼 흐린 시야를 만들기 위해 안경은 뿌옇게 만들었으며, 귀에는 솜을 틀어막았다. 완전한 노인이 된 것이다.    


  

1979년~1982년까지 3년간 80세의 노인 분장을 하고 116개의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그녀가 한 일은 노인의 삶을 살면서 불편한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서 세상이 감동한 많은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이 탄생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나이 드는 것과 상관없이 우리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젊을 때 즐기던 것들을 나이가 들어서도 똑같이 즐기기를 원합니다. 이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지는 디자이너의 몫입니다.”                                                                                                -by 패트리샤 무어-     

패트리샤 무어가 보여주었던 ‘공감’은 현재의 삶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배려이고 지금 우리는 그 배려 속에서 살고 있다.      



공감 능력개발을 위한 절대 원칙 3가지     



‘공감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노력은 무엇인가?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간관계는 물론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하버드 의과대학에서도 사람의 공감 능력을 연구하였으며, 그 결과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연구팀에서 제시하는 공감 능력 향상을 위한 방법 중 3가지만 소개하겠다.    


 

첫째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눈 맞춤’이다. 

공감을 위해서는 상대의 감정을 먼저 읽어야 하는데 우리는 보통 눈을 통해서 상대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어 낼 수 있다. 가끔 대화하면서 어느 한 사람의 시선이 스마트폰에 고정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순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란 존중과 인정의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심에서 배제된 소외감이다. 우리를 외롭게 만드는 소외감에서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상대가 말을 할 때 ‘눈 맞춤’을 해보자.     



둘째 진심을 표현한 적극적인 경청이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며, 경청은 지혜의 특권이다.’

                                                                                 - 올리버 웬델 홈즈(19세기 문학가, 의학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말을 제일 잘 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 래리 킹 (유명 방송인)   


  

많은 사람이 듣는 것 보다 말하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대화가 이루어지는 동안 모든 시선이 말하는 사람에게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포커싱 되면서 스스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로 많은 사람이 함께한 자리에서는 오히려 부담될 수도 있지만 편한 대화의 순간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은 주인공이 되고 싶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청’이라는 작은 배려는 상대에게 ‘존중감’이라는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경청에서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고 싶다면 단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추임세’와 ‘바디 랭귀지’를 해주면 좋다. 가령 몸을 상대 쪽으로 내밀고, 긍정하듯 고객을 끄덕이면서 “아~그렇군요.”, “와~놀라워요.”, “이야~대단한데요.”라고 한다면 진심이 느껴질 수 있다.    


 

셋째 ‘열린 질문’으로 상대가 더 많은 표현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상대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고 싶은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섣불리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상대가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쏟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위로가 된다. 안으로 곪아있는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칼로 피부를 열어야 하듯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말로써 표현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수단이 열린 질문이다.    


  

질문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Yes or No”의 단답형을 끌어내는 질문은 ‘닫힌 질문’이고, 개인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은 ‘열린 질문’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최근에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이유는 남자친구에게 다른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를 너무 사랑했기에 한없이 아파하는 친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공감 대화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할 것이다.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니? 어떻게 널 두고 다른 사람을 만나? 진작에 그런 놈인 줄 알았다. 그런 남자는 결국 똑같이 당할 거야. 그냥 잊어. 2년 전에 나도 너랑 같은 경험 했잖아. 정말 미치겠더라. 그래서 한 달 동안 술만 엄청 마셨다.” 이렇게 말한다면 결코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공감한답시고 잊지 못하는 남자친구의 욕을 하거나, 자신의 과거사를 말하는 것은 위로(慰勞: 따뜻한 말로 슬픔을 잊게 함)가 아니다. 그냥 위로(危路: 위험한 길)로 타인의 감정을 이끄는 것이다.     



대신 이렇게 말해보자.

“네가 겪은 일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야. 더군다나 양다리로 헤어졌으니 얼마나 충격적이니?” “많은 추억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 “전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많이 생각 날 텐데 떠오르는 것들 나한테 말해.” 힘들다고 애써 잊으려고 하면 더욱 생각이 나는 법이다. 차라리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말하도록 해준다면 말과 함께 내면의 아픔이 조금씩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온기를 불어넣는 진정한 공감은 ‘다시 한번 더 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타인을 향한 진정한 공감은 상대를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존중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영어로 ‘respect’는 ‘존중하다’라는 의미다. ‘re’(다시, 계속)와 ‘spect’(보다)가 합쳐진 말이다. ‘다시 보고’ ‘계속 본다’라는 의미에서 존중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우리는 귀하게 여기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유심히 살펴보고 또 살펴본다. 상대의 표정을 보고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감정을 살핀다. 그리고 상대의 목소리나 몸동작에서 보여지는 것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노력을 할 때 그를 향한 따뜻한 공감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를 보여주려는 노력이 아닌 상대를 보려는 노력으로 우리 사이에 온기를 불어넣는 따뜻한 공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진정한 부자가 될 리더의 말센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