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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May 11. 2022

상대의 마음을 여는 기술...

조언은 마음을 닫고 질문은 마음을 연다.     



자살 말고는 삶의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한 청년은 세계적인 동기부여 강연가와 마주했다. 강연장 내부에는 수많은 사람이 이들의 대화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왜 자살하려고 했죠?”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었어요. 육체를 버리고 싶었어요. 나를 때리는 자기 혐오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출구를 찾을 수 없었어요.” 청년은 깊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무엇이 당신을 혐오하도록 만들었나요?” 강연가의 질문에 청년은 어떤 끔찍한 감정을 기억해 내는 듯 보였으며, 긴장과 불안으로 호흡이 거칠어졌다.      



분위기를 읽은 강연가는 가벼운 농담으로 청년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청년이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가벼운 미소를 짓자 강연가는 소중한 아이를 대하듯 청년의 볼을 자연스럽게 터치했다. 부드럽고 인자한 눈빛으로 청년의 눈을 바라보면서 진심으로 말을 이어갔다.     



“자신에게 가혹했군요. 기준이 높은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준이 높은 것이 아니라 ‘완벽주의’입니다. 좌절을 겪는 많은 사람이 인생의 한 치 앞을 못 보고 자신을 버리려고 합니다. 20~30년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잠시 말을 멈추고 청년의 눈빛을 바라본 후 말을 이어나갔다.

“아직 시간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된다면 당신이 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난 그것이 느껴져요. 당신도 이미 느끼고 있죠?” 사람의 심리를 이미 꽤 뚫고 있는 그의 확신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확신에 찬 어조로 그는 청년에게 말했다.     



“자신을 스스로 개선하고 인생을 즐길 방법을 알려줄게요. 그러니 약속하나 합시다. 당신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겁니다. 완전한 성장을 이루는 것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 속에서 당신은 세상을 즐길 방법을 반드시 찾게 될 겁니다.”     



청년은 마음을 열고 세계적인 강연가를 믿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강연가는 감동에 찬 표정으로 청년을 꼭 감싸 안았다. 청년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의 의미는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던 아픈 자아를 세상 밖으로 이끌어준 강연가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강연장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 청년에게로 다가와 격려의 포옹을 해주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청년에게 따뜻한 포옹을 해주었으며, 강연장 안은 기쁨과 웃음 그리고 감동과 눈물로 가득 찼다. 이 모든 일은 불과 3분의 시간 동안 일어났다.     



자살을 원했던 청년에게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삶의 희망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던 그는 세계적인 동기부여 강연가 토니 로빈스다. 이날 토니 로빈스가 청년에게 해 주었던 말은 설득도 조언도 아니다. 청년의 내면에 있는 자아를 인정 해 주었고, 그동안 힘들었을 내면의 자아를 위로해 주었으며, 누구에게나 있는 위대한 자아를 청년 또한 가지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한 그의 진정성이 청년의 마음을 열게 했고, 살아갈 의미를 찾아주었다.



우리는 상대를 위한답시고 조언, 충고 등을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의 의도와 달리 상대는 그러한 말들을 자신을 괴롭히는 잔소리 혹은 지적질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방송프로에서 유명한 MC가 초등학생에게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를 질문했다. “잔소리는 들으면 기분 나빠요. 그런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고 대답해서 많은 사람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학생의 대답은 어쩌면 대부분이 겪는 일반적인 감정이 아닐까?    


 

사람이 동물과 다른 한 가지는 누구나 ‘타자공헌(他者貢獻)’의 심리가 내재 되어 있다는 것이다. ‘타자공헌(他者貢獻)’이란 타인을 위한 선한 의도로 자신의 좋은 에너지를 기여 하는 것이다. 의도는 좋지만, 방법적 오류가 발생하면 오히려 타인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대화를 나누면서 하는 ‘조언’ 은 일종의 ‘타자공헌’의 실현이다.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주고 싶었던 의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방법이 잘못되어 상처를 주는 것이다.     


 

우리는 ‘내 앞의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들이 행복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도움 주기를 원한다. 우리의 선한 의도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지혜로운 ‘조언’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그들이 멋진 변화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조언의 달인 2명에 대해 알아보자. 그들은 어떤 조언을 하고 있을까?     


내면에 감춰진 숨은 자아를 찾아준 사람     



한 사람은 앞서 소개했던 세계적인 동기부여 강연가 ‘토니 로빈스’다. 동기부여 강연가의 역할이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말로써 인생을 새롭게 살 수 있는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토니 로빈스의 조언은 특징이 있다. 자신이 ‘맞다’라고 인정하는 전문적인 지식을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주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의 힘듦을 위로하기 위해서 자신이 경험했던 힘들었던 스토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는 그 순간에 그 말이 필요한 사람의 감정에만 오롯이 집중한다. 상대의 눈을 바라보면서 내면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한다. 그 속에서 숨어있는 내면의 자아를 밖으로 끌어내서는 상대방이 자신의 자아와 마주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죽음을 결심은 청년에게 토니 로빈스가 한 말은 이것이다. “당신은 자신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곧 알게 될 거에요. 난 사람을 잘 알아요. 당신은 멋진 사람입니다. 당신도 그것이 느껴지세요?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죠.”      



우리가 흔히 하는 조언과는 확연히 다르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널 너무 아끼는 마음에서 하나만 말해줄게. 이것 하나만 고치면 딱 좋아. 이것 하나는 꼭 고쳐야 해.” 상대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무엇인가를 바꾸려고 한다. 일방적인 행동의 요구는 존재의 일부가 부정되는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행동요구를 하는 대신에 그들만의 고유한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표현을 말해주자. 인간은 누구나 대단한 무의식적 자아를 가지고 있다. 그런 내면의 모습을 찾아서 인정해주는 것이 진정한 조언이다. ‘나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지, 난 괜찮은 사람이었지.’하고 깨닫는 순간 스스로 변화를 선택하고 행동한다. 변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강한 의지적인 힘을 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가진 내면의 자아를 자각하고 인정하는 순간 감동이 밀려오고 그 감동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진심이 담긴 질문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한 그녀     



지독한 가난, 인종차별 그리고 어린 나이에 겪었던 끔찍한 성폭력으로 죽고 싶었던 흑인 소녀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경험으로 고통받았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훌륭한 문학가가 된 마야 안젤루의 자서전을 읽고 삶을 변화시키기로 결심 했다. 마야 안젤루의 스토리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녀는 자신 또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는 꿈을 꾼다. 그녀는 바로 토크쇼 진행자로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다.   


  

오프라 윈프리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존경받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가슴 깊이 묻어놓았던 사람들의 진솔한 스토리를 끌어낼 때 탁월한 소통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 토크쇼를 진행하면서 많은 출연자들이 꽁꽁 숨겨두었던 내면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은 진정한 위안을 받았다. 출연자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진심으로 신뢰했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와 출연자들 사이의 신뢰는 방송이 시작되면서 몇 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순간에 시작된 것일까? 방송이 시작되고 짧은 순간에 사람의 신뢰가 만들어질까?    


  

오프라 윈프리와 출연자의 신뢰 관계는 방송 전에 출연 제의를 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의 모든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연자들은 출연 제의를 수없이 거절했을 것이고 그들의 수락은 오프라 윈프리로부터 깊은 신뢰감을 느낀 순간에 이루어졌다. 공연 이외의 방송 출연을 모두 거부했던 마이클 잭슨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서는 자신이 고통받았던 스토리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다.


    

오프라 윈프리가 진행했던 쇼 중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1990년 ‘트루디’라는 여성이 출연해서 자신이 양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성적 학대를 이야기할 때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오프라 윈프리는 20년 동안 자신의 내면 깊이 숨겨두었던 가슴 아픈 스토리를 처음으로 말했고 눈물을 흘렸다. 9살 때 사촌오빠에게 처음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그 후 사촌오빠를 포함한 3명의 가족으로부터 6년간 성적 학대를 받았다는 이야기다.   


   

그녀가 보여준 솔직하고 진솔한 태도는 더욱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편하게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오프라 윈프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이나 좋은 말을 해주려는 노력 대신에 그들이 가슴속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많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스토리에 진정성 있게 반응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했던 질문과 반응이 많은 출연자에게 자신의 소중한 스토리에 새로운 꼬리표를 달게 해준 것이다. ‘소중한 당신의 이야기’라는 꼬리표다. 그 때문에 그녀의 쇼는 수십 년 동안 승승장구하며 전설적인 토크쇼가 되었다.   


  

우리가 했던 조언은 상대의 행동이 지금 바로 변하기를 원하는 주관적 판단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들이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 내려가도록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토니 로빈스와 오프라 윈프리는 처음부터 관심이 상대방에게 있었고 오직 그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였다.  


    

충고처럼 여겨지는 조언은 타인의 내면속 자아를 더욱 숨어들게 하고 인정과 질문을 통한 조언은 숨어있던 자아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그 속에서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 이유는 모든 사람은 내면에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훌륭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탐구하고 스토리를 찾아내면서 그 사람의 의식 수준도 높아진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변화를 위한 선택을 한다.      



거리의 이정표가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를 향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처럼 우리의 조언은 사람들이 내면의 자아를 만나는 여정을 도와주는 ‘마음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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