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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May 11. 2022

거절은 하고싶은데, 관계도 좋을수 있을까요?

관계가 틀어지지 않는 거절의 기술        


  

타인에게 거절과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해서 직장 및 인간관계에서 말 못 할 고민을 하는 현대인이 제법 많다. 유달리 타인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마음의 고충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런 내 모습은 호구일까?     



대기업 과장으로 괜찮은 직장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 A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는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합니다. 거절은 더더욱 하지 못하고요. 상사는 물론 아랫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팀 미팅이 끝나고 회의실 뒷정리를 하지 않고 나가면 제가 정리를 합니다. 한번은 부장님께서 제게 임원 회의에 필요한 보고서를 정리해달라고 하시면서 300페이지 분량의 조사서를 주셨어요. 전 이 업무를 차마 김대리에게 맡기지 못하고 혼자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가서는 사랑하는 아이들과 와이프에게 화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힘듭니다.”     



또 한 명의 여성이 자신만의 또 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누구나 인정하는 높은 학벌에 보기 좋은 외모를 가진 여자 B는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많은 모임에서 자신이 돈 계산을 하는 것이다. 여럿이서 함께 먹은 점심은 물론, 커피, 저녁 술자리까지 원치 않은 돈 계산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는 다른 사람들에게 계산하라고 말하거나 함께 계산하자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제 그녀의 주변인들은 당연히 그녀가 계산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 덕에 그녀의 지갑이 언제나 불안하다.     



“점심 뭐 먹을까요? 민정씨가 먹고 싶은 것으로 먹어요.” 이렇게 말하고는 점심이 끝나자 잘 먹었다며 모두 나가버린다. 혹은 함께 돈 계산을 하자고 나서는 이가 없을 때도 있다.


“오늘 술값은 민정씨가 계산할 거죠?” 가끔 이렇게 대놓고 말하기도 한다. 이 속에서 여자 B는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난감하기만 하다.      



착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호구 잡힌 이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자신이 겪었거나 주변인이 겪고 있을 일이기 때문이다. 착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타인에게 거절은 물론 싫은 소리조차 하지 못하는 이런 사람을 우리는 ‘호구’라고 부른다.      



호구(虎口)란 ‘범호’와 ‘입구’를 써서 ‘호랑이 입’이라는 뜻이다. 즉 호랑이 입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위험한 상황에 잘 빠지는 어수룩한 사람을 의미한다. ‘착하다’라는 것은 어질고 바른 마음의 상태를 뜻하고, ‘호구’는 어수룩한 사람을 의미하니 이 둘은 동의어가 아니다. 그러니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호구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거절 못 하는 진짜 이유는?     



타인의 요구에 우리가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절을 힘들어하는 우리의 내면에는 어떠한 심리가 숨어있는 것일까? 우리가 거절의 의사 표현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째 ‘거절’을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나쁜 행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크든 작든 누구나 한 번쯤은 타인의 거절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타인이 우리에게 했던 거절로 마음이 아팠기에 우리 또한 아픈 거절을 타인에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거절을 경험한 우리가 마음이 아팠던 이유는 거절의 대상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거절의 의사 표현을 할 때 우리는 ‘자신’이 거절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잘못된 감정을 개입시킨다.      



사실은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가 했던 제안 혹은 생각이 거절되는 것이다. 제안 혹은 생각에 대한 거절을 우리의 존재 자체에 대한 거부로 잘못 받아들여서 마음의 상처를 받아왔다. 이제부터라도 거절의 대상을 명확히 해서 불필요한 감정개입을 줄인다면 훨씬 쉽게 거절이 가능해질 것이다. 거절이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 의사 표현의 하나라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둘째, 자신에게 허용 가능한 경계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말했다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경계를 정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신의 욕구를 무시한다.” 그동안 타인이 우리에게 많은 요구를 해 왔던 이유는 우리가 “No”라는 대답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한 경계를 알려 준 적이 없으므로 타인은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많은 부탁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가 정해야 하는 건강한 경계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중심에 두고 지키는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지키면서 감정적, 물리적 여유가 있을 때 타인의 요구나 부탁에 반응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자신의 내면이 다치지 않고 후회, 자책, 억울함의 감정을 겪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기에 앞서 한 사람을 소개하겠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암 환자’로서 <암 환자 뽀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조윤주씨다. 그녀는 ‘암 환자’로서 그 누구보다 생기있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행복한 여성이다. 그녀가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인생의 가치관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뭐죠?”     

“제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제 인생에서 제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과거에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삶을 살았어요. 미움받을 용기가 없어서 그저 착한 사람의 삶을 살았죠. 지금은 제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살고 싶어요?”     

“미래가 오면 감사한 일이지만 안 올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의 30대를 충분히 즐기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혹시나 오지 않을 미래가 두렵기도 하고 제 남은 생이 아깝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금의 시간을 어떻게 즐겁게 꾸밀까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행복한 웃음)     


그녀의 인터뷰 내용에는 우리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것은 우리 자신이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다. 한정된 시간을 살아야 한다면 우리는 타인의 거절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타인의 부탁에 거절 못 하고 좌지우지될 수 있을까?      


모든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앞으로의 삶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지금 주어진 소중한 시간을 귀한 우리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될 수 없다.     



좋은 관계와 거절을 한 번에 해결하자.     



그럼 에도 아직은 거절이 부담스럽다면 부드러운 방법으로 마음 편한 거절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소중한 주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귀중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부드러운 거절 기법 3가지만 기억해 보자.     


 

첫째, 상대의 의견에 대한 존중과 공감을 표현하고 거절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업무적인 제안을 해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의 제안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내용 구성이 굉장히 탄탄하고 창의적이어서 매력적이라는 판단이 들더군요.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로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함께하고 싶습니다.”     



동료 혹은 상사가 업무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과장님, 중요한 업무처리가 많으셔서 정말 힘드시겠어요. 저라면 과장님만큼 못해낼 것 같은데 대단하세요. 진심으로 도움 드리고 싶은데 진행 중인 보고서를 오늘 오후까지 완성해야 합니다.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여자 B의 경우처럼 많은 사람 앞에서 누군가가 눈치 없이 우리에게 밥값 혹은 커피를 사라고 한다면 점잖게 말해보자. “저도 그러고 싶은데 최근 목돈 들어갈 일이 생기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없네요. 우리 다 함께 맛있게 먹었으니 함께 계산해요. 어때요?”(당당하게 미소 짓기)      



둘째, 거절의 이유를 되도록 간결하고 명료하게 설명해야 한다. 

거절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애매하게 표현하면 변명처럼 보이고 오해할 수도 있다. 상대는 빠른 대안을 찾아야 하므로 장황하고 긴 거절의 이유를 듣고 있을 여유가 없다. 따라서 간단명료하면서 정확하게 거절의 표현을 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 중요한 한 가지는 우리의 얼굴에 점잖은 미소를 띠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장님께서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듯 지시를 내린다. 임원 회의에 필요한 보고서로 30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3페이지 요점정리 해달라는 것. 게다가 믿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하신다.

“과장님, 도와드리고 싶지만 죄송합니다. 부장님께서 지시하신 보고서를 내일 아침까지 완성해야 합니다. 자료 분량이 500페이지 정도라서 오늘 12까지 야근해야 할 상황이네요. 도와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솔직하고 장황하게 말하는 대신 약간의 부풀림을 사용해서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자. 우리가 방금 한 빠른 거절로 과장님은 김대리에게 다시 부탁할 수 있다.     



친구가 저녁에 술 한잔을 함께 하자고 전화했다. 시댁 문제로 나에게 온갖 고민을 털어놓을 같다. 오늘따라 너무 피곤하거나 내일 중요한 미팅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면 간단한 말로 거절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 “나도 너와 술 한잔 함께 하고 싶어. 너와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싶고, 아쉽게도 요즘 계속 10시까지 야근이야. 2주 정도 지나면 조금 여유가 생기니까 그때 보자. 맛있는 것 먹으면서 재미있는 이야기 많이 나누자. 친구야.”  


   

친한 친구가 50만 원을 급하게 빌려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소액이라면 자유롭게 판단해도 좋다. 주의할 것은 큰 금액이다. 만약 빌려주고 친구가 갚지 못할 때, 문제가 되는 액수라면 돈이 없다고 정중하게 말하고 거절하는 것이 좋다. 잠깐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친구 관계를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친구는 돈을 갚고 싶어도 갚지 못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그 친구가 미안함 때문에 관계를 끊을지도 모른다.      



셋째, 평소와 같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 톤으로 거절해야 한다.

우리는 거절을 해야 할 순간에 미안함 때문에 죄지은 사람처럼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거절할 때가 있다. 이때 상대방은 거절한 사람이 잘못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무의식에 박아넣는다. 가슴을 편 자세와 당당한 목소리 톤은 우리의 정당함과 자신감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다. 사람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상대를 평가하기 쉽다. 아무런 잘못 없이 상대에게 잘못한 사람의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거절의 명수 찰리 채플린은 자신의 영화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를 말했다. 

“거절하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당신의 삶이 아름다워질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귀중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고, 자신을 지켜줄 유일한 사람도 우리 자신이다. 인간의 생은 유한하다. 남은 생을 더욱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거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거절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다. 거절의 의미를 정확하게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하고 거절할 상황을 판단하는 통찰이 필요할 뿐이다. 내면 깊숙이 자신은 물론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내재 되어있다면 우리의 거절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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