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국에 살 때는 잘 못 느끼고 모두가 그러려니 했는데 영국에 오랫동안 살다 보니 정말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죽을 때까지 비교와 경쟁 속에서 사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다고 들었는데 내가 학교 다닐 때에는 시험을 치고 나면 1등부터 50등까지 아이들에게 줄을 세우고 번호를 매겼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잔인하다. 상상할 수가 없는 짓이다.
아이들마다 잘하는 부분이 다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더구나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에는 선생님께서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두고 책상 자리까지 그 순서대로 앉게 하신 선생님도 계셨다. 정말 지금 그랬다가는 뉴스에 크게 나올 일이다.
요즈음은 한국도 성적표에 몇 등이라는 부분도 없어지고 예전 같지 않은 모습들을 보면서 다행이라 싶지만 그 안에서의 또 다른 방식으로의 경쟁심은 예전이나지금이나 더 심하면 심했지 덜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가 영국에서 primary1학년이었을 때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수학 시간에는 자기는 바나나이고 영어 수업 시간에는 사과라고 한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사실은 그게 수준별 그룹 이름이었다) 그리고 매일 숙제로 책 읽기를 해야 하는데 한 번은 친구랑 같이 집으로 놀러 왔길래 같이 숙제를 시킨 적이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 보내온 책을 보니 아이의 친구 책은 우리 아이가 벌써 다 읽은 책이었다. 읽기 숙제가 다르다는 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일 년 정도나 지나서 알게 되었다. 그 부분에 민감하게 신경을 쓰는 부모님들도 없었고 엄마들도 만나면 딱히 그런 얘기를 안 했길래 영국에서 교육받은 적도 없었던 나로서는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도 정말 몰랐었다. 나중에 아이에게 "스튜어트 책은 왜 네꺼랑 달라?" 하고 물었을 때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 스튜어트는 영어리딩은 자기보다 조금 못 하는데 달리기는 훨씬 잘해”라는 거다. 난 스튜어트가 못 하는 것도 말하지 않았고 잘하는 부분이 뭔지도 딱히 묻지 않았었는데 아이는 내가 물어보는 의도를 다 알고 대답하듯 한 모습에 어른으로써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아이의 친구와 은근 서로 비교하고 내 자식이 잘하는 그룹일까 못하는 그룹일까 생각하는 모습에 역시나 나도 한국 엄마구나.. 느끼게 되었다. 영국 엄마들은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준다. 항상 아이의 장점을 칭찬해주고 기다려주며 어느 한 부분이 못 하는 그룹에 속해 있다고 해도 기분 나빠하거나 또 안달을 내는 부분도 딱히 없다.
그리고 부모님 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아이들이 서로 잘하고 못하는 부분을 존중해 주고 쓸데없는 경쟁심을 서로 가지지 않도록 하는 영국의 교육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둘째 딸아이가 1학년이었을 때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단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CAT(크아트=캿), BAT(브아트=밧)이라고 읽어야 하는데 '크아트'로는 잘 읽는데 '캿'은 안 나오는 것이었다. 숙제였는데 너무나 못 읽어서 다그치기도 하고 솔직히 너무 답답한 나머지 등짝도 한 대 때려서 울렸다. 하루는 선생님과 상담 날이 되어서 아이에 대해서 상담하면서 이 부분을 고민했었다.(등짝 때려서 울렸다는 말은 절대 안 했다. 하면 큰일 난다.) 갑자기 선생님께서는 내 손을 잡으셨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선생님이셨는데 천천히 이렇게 말씀을 하신다.
"어머님, 절대 아이를 다그치면 안 됩니다. 아이마다 뇌 속에서 체계가 잡히는 속도가 다 달라요. 그런데 그걸 다그치게 되면 그 능력을 파괴시키는 게 됩니다. 차라리 아이가 힘들어하면 숙제를 하나도 안 해 와도 되어요. 그리고 제가 약속합니다. 제시카는 한 달 안에 무조건 잘 읽을 거예요. 그냥 어머님은 숙제를 시키지 마시고 그냥 옆에서 격려하고 칭찬만 해 주세요 "
그 순간 뭔가 마음이 뜨거워져오면서 눈물이 글썽거려졌다. 항상 잘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진 초보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읽으시며 나의 마음까지 이해해 주시는 마음과 함께 너무나도 나 자신이 부끄럽고 그리고 감동스럽고 감사했다. 내가 가르치면 안달 내고 아이를 다그칠 거라 짐작하셨는지 나한테는 숙제를 시키지도 마시라는 게 좀 부끄럽긴 했지만.
그리고 내가 다그치고 가르치지 않으니 아이는 진짜 한 달도 안 되어서 읽기에 전혀 문제가 없이 아주 잘 따라갔다.
그리고 그 경쟁심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처럼 전과목을 잘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시스템이라 첫 두 해에는 전과목을 공부해 보고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 GCSE학년이 되면 과목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GCSE 시험을 통과해서 고등학생 나이가 되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AS 레벨과 A레벨 시험을 치르는 입시생이 된다. 그 때에는 본인이 잘하는 과목 딱 서너 과목만 배우게 된다. 사람마다 잘하는 부분도 못하는 부분도 다 다른데 이렇게 몇 과목만 깊게 들어가니 정말 본인이 관심이 있는 공부만을 하게 되고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고등학교 과정인데도 선택한 과목들은 정말 깊게 들어가는 것 같다.
대학도 한국만큼 무조건 in 서울, 유명한 서울, 연, 고대가 아니라 본인이 가고 싶은 과가 있는 대학, 부모님이 나오신 대학, 아니면 많은 학생들이 성적으로는 다른 도시에 있는 좀 더 랭킹이 높고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어도 가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공부하고 싶지 않으면 자기가 태어나서 자라고 공부한 도시에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과는 참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어느 정도의 경쟁심에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경쟁심이 지나치게 되면 그 삶은 자기 자신이 정말 원하고 바라는 행복을 위해 나아가는 삶이 아닌 인생에서 뭔가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