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선택의 존중이 마냥 좋을까-1-

#영국에서 두 아이 키우기/아이의 선택을 어디까지 존중할까

by ziniO

어릴 적 선택의 존중이 마냥 좋을까-1-


답은 그렇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건 너무나도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아이들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어떤 힘과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도록 도와주며, 성장을 위한 단계이다.



하지만 선택과 선택에 대한 무조건적인 존중에서 주어지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에서 언급했듯이 자아가 생긴 아기한테 무슨 옷을 입을지 선택권을 준다던지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그 선택을 존중해 줌으로써 엄마의 사랑과 안정감 속에서 아이에게 독립심을 심어주는 부분은 너무나 좋은 교육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영국의 아이들과 어른들을 보면서 어쩌면 너무 어릴 때부터 그 선택에 무조건 존중과 인정을 해 버린 나머지 조금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때 아이들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들이 아이들이 먹는 음식 부분이었다.

아이들의 친구들을 보면 못 먹는 음식들이 너무나도 많고 또 편식도 심했다. 야채와 고기를 같이 내어 놓는 건 상상을 못 했고 보통은 치킨너겟이나 칵테일 소시지, 감자튀김 정도 외엔 맛있는 음식을 해 놓아도 손도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피자를 시켜줘도 야채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안 먹는 친구들이 많아서 보통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치즈만 토핑 된 피자를 시켜주어야만 했다.


영국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친구들에 비해 어릴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거의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었는데 그 부분에서는 분명 어느 정도 부모의 수고와 노력이 따랐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아이가 당근을 싫어하면 그 당시에는 그 씹는 느낌과 텁텁함, 향이 싫을 수도 있다. 그러면 '그래 넌 당근을 싫어하는 아이구나' 하고 안 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요리를 다른 방식으로 해 주고 의견을 묻곤 했었다. 물론 너무 먹기 싫어하는 당근을 억지로 강요하고 먹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당근이 볶음밥에 들어갔을 때, 김밥 속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계란말이 속에 들어갔을 때 그 식감과 향 그리고 맛이 다 다름을 경험시켜주곤 했다. 이러한 부모의 어느 정도 노력으로 인해 아이는 무조건 "당근이 싫어"가 아니라 싫어하는 재료도 또 이렇게 먹으니 괜찮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해력이 생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본 서양 엄마들은 아이가 당근을 싫어하면 그 자체로 그 의견을 존중을 하고 이해를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그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본인은 당근을 못 먹는 사람으로 스스로 인식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앞 글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가게에서 20년간 당근을 빼고 요리를 주문한 손님이 하루는 그 레스토랑 직원의 실수로 당근을 빼라는 오더를 잊고 그대로 주문했을 때 그 손님이 태어나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당근을 먹으면서 너무 맛있었다는 것이다. 다음부터 본인은 당근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당근이라는 하나의 재료로 예를 들어 모든 부분을 설명하기에는 무리이다. 하지만 서양과 동양의 요리 방법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당근이라는 재료를 떠 올리면 그 자체를 잘라 스낵처럼 생으로 먹거나 아니면 당근을 쪄서 고기와 함께 사이드로 내는 정도로 생각되는 재료로 요리에 다양성을 주지 않는 부분도 있다. 물론 당근이 들어간 다양한 음식이 서양에도 많지만 집에서 쉽게 해 먹는 요리의 종류와 방법이 볶고 찌고 무치고 굽고 부치고 갈고 하는 동양과 재료 본연의 맛을 중시하는 서양의 요리와는 어느 정도 차이나는 부분도 이해를 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물론 서양 부모님들 중에서도 아이가 편식을 가지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부모님들도 있다. 이 부분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라는 부분을 감안해 주었음 한다.



영국에서 레스토랑을 가면 항상 kids menu가 따로 있다. 물론 아이들이 먹기 좋은 사이즈와 요리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맞는 portion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내어 놓는 건 레스토랑 측에서도 부모나 아이의 입장에서도 좋은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정말 맛있는 이태리 레스토랑을 가도 중국 레스토랑을 가도 결혼식 피로연에 초대를 받았을 때도 kids menu는 항상 똑같다는 점이다. 보통 빠지지 않는 공통된 메뉴는 소시지, 치킨너겟, 피쉬핑거와 사이드로 감자튀김, 그리고 종종 토마토 스파게티나 토마토 치즈 토핑만 된 피자 한 조각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시켜주는 드링크도 그 가게에서 특별히 만드는 드링크가 아니라 어느 슈퍼에서도 그대로 살 수 있는 먹기 좋은 주스를 어느 가게에든 아이들을 위해 진열해 두고 있다.

이 메뉴 구성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레스토랑에서만 내어 놓는 재료로 아이들 메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도 항상 해 주는 야채 없는 조리된 냉동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레스토랑을 운영한 적이 있지만 우리 레스토랑에서만 만드는 맛있는 온갖 요리를 두고 어린이 메뉴의 재료는 어쩔 수 없이 슈퍼에서 파는 냉동 조리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른들이 먹는 그 맛있는 메뉴들을 왜 아이들이랑 쉐어하지 않을까. 아니, 먹이려고 노력도 하지 않을까.



어쨌든 영국에서는 아이들이 채소를 너무 안 먹는다고 그 심각성을 BBC방송으로 까지 다루는 부분들이 있는 점을 보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 문제의 시작은 아이가 너무 어릴 때부터 음식의 재료에 대해 좋아하고 싫음을 너무 그대로 존중해 주고 인정해 주는 부분들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 학교 점심시간에 중고등 학생들인데도 식당에서 음식을 고를 때 야채를 먹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 부분은 내가 영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편식이 너무나도 심한 부분들을 보며 의아하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된 부분들은

선택에 대한 존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선입관이 정착되기 전에 다양성과 경험을 아이에게 주는 것도 부모로서의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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