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교에서의 따돌림

#영국에서 두 아이 키우기/따돌림에 대한 대처

by ziniO

한국 학교에서의 따돌림


한국에 온 지 몇 달이 안 되었을 때.

어느 날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던 첫째 아이의 말 수가 왠지 적어지고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괜찮냐고 물으면 괜찮다는 말뿐 엄마한테는 잘 얘기를 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신발 한쪽을 잃어버렸다며 새로 사 준 운동화를 한쪽만 신고 집으로 돌아온 날..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성격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운동화를 한쪽만 잃어버렸다는 말이 쌔 하게 느껴질 때 즈음. 그날 저녁 태권도 선생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아이의 태권도 선생님은 외국에서 왔다고 아이를 너무나도챙겨주셨고 항상 대단하다는 말과 함께 칭찬해 주시고 아이 기분을 북돋아 주신 분이었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의 표정이 우울해 보여서 물어봤더니 선생님께는 학교 생활 이야기를 했었나 보다. 고민 후 어머님께 전화한다는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면서 정말 내 가슴이 아파왔다.


사실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다고..

문을 나서려 하는데 친구가 뒤에서 밀치는 일도 있었고, 신발 한쪽을 잃어버린 그날은 친구가 멀리 있는 알지 못하는 휴지통에 버렸다고 한다.

영국에서 똑똑하고 공부도 잘하고 항상 밝았던 아이를 한국에 데리고 와서 힘들게 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너무 마음이 아파왔다. 모든 것들이 내 욕심인 것만 같았다.


전화를 받고 아이한테 조용히 다가가서 대화를 해 보니 아이가 울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을 말해 주었다.




미칠 듯이 화도 나고 나도 슬펐지만 침착하게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하다가 학교를 찾아갔다. 괴롭힌다는 아이는 다른 아이가 아닌 반장이었던 짝꿍이었다. 아이가 한국말을 못 하니 학교 초기에 반장인 아이랑 짝꿍을 하게 하고 선생님께서 도와주라고 하신 것 같다.

아마 그 아이도 어린데 선생님께서 외국에서 온 새로운 아이를 챙겨야 하다 보니 귀찮고 짜증이 났나 보다. 무엇보다 한국말을 못 하니 뭔가 애가 모자라는 것 같고 수업이 시작되면 무슨 공책을 꺼내야 하는 부분까지 챙기고 도와줘야 하니 본인도 나름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그래도 잘못된 행동을 내 아이에게 하고 있으니 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그 아이가 나올 때 아이를 멈추고 말을 했다.


“안녕, 얘기 좀 할까 하고 00 엄마야”

누구누구 엄마라는 말에 아이는 조금 겁에 질린듯한 표정을 지었고. 난 미소를 지으며 찬찬히 얘기를 해 주었다.


“네가 한 00한테 한 행동 때문에 00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 울 00은 한국에서 1년 동안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생활을 해 보기 위해서 영국에서 한국으로 왔어. 알지?

“네…”

“그런데 내년에 영국에 돌아가서 짝꿍이었던 너에 대한 기억을 괴롭히던 나쁜 아이로만 기억하면 좋을까 안 좋을까.?”

아이는 꽤 심각하게 듣고 대답을 한다.

“ 안 좋아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조금 강하게? 말을 해 줬다.


“ 힘든데 00 챙겨준다고 너도 힘든 거 알아. 네 맘도 알아. 하지만 폭력이나 괴롭힘은 나쁜 거야. 알지? 그래서 담에 다시 한번 더 그런 행동을 하면 그때는 어쩔 수 없이 난 네 부모님과도 얘기를 해야 할 거 같아”


귀여운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다행히 이 방법이 잘 먹혔다. 고학년이나 중고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무작정 끼어드는 이 방법도 한계가 있겠지만...


감사하게도 어쨌든 그날 이후로 반장과는 가장 친한 절친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의 한국말이 늘고 공부를 잘 따라가게 되자 더 이상 따돌림은 없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아도 아이를 키운다는 건 참 힘들다.

한 생명으로 태어나서 부모가 바르게 아이를 이끌어줘야 한다는 부분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단지 나이에 따라서 어릴 때는 앞에서, 그리고 더 자라면 옆에서 나중에 사춘기가 되면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라는 말은 아는데 거기에 따른 바른 시점과 행동이 참 힘들다.

아이가 다 자란 지금은 뒤에 서도 아닌 북극성 같은 존재가 되어 멀리서 바라보며 보내어야 하는 부분들이 나도 요즘은 적응이 안 되고 참 가슴이 쓰라린다.


이랬던 아이가 이제는 대학을 가서 한국에서 유학을 온 형과 누나들과 한국어로 떠들고 한국 음식을 먹고 있다며 보내 준 사진을 보면서 참 기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요즘은 종종 자신이 한국말을 한국 사람처럼 하도록 가르쳐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한다.


내가 영국에 온 게 스무 해 중반이었는데 그 나이의 한국 형과 누나들이 우리 아들과 친구가 되어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참 이상했다.


그렇게.. 이렇게...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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