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이에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하며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꾸지람과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 부분이었다.
영국에서 학교 생활 잘하던 아이들을 단지 엄마의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글자도 모르는 채 한국학교에 입학시키고 하루 종일 낯선 환경에서 언어를 배우고 공부를 해야 하는 아이에게 내 욕심으로 또 괜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주기 싫었다.
어쨌든 한국행으로의 결정은 나의 결정이었고 아이들과 완벽하게 소통하고 싶었던 내 욕심도 있었기에, 특히 학업에 있어서까지 아이들에게 그 모든 걸 완벽하게 해 내야 한다고 말할 권리는 나에게는 없었다.
난 그냥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즐거운 추억들을 가득 가지고 기억하며 한국말도 덩달아 습득하면 정말 감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온 것이었기에.
하지만 일 년 동안 한국말만 배우면 영국으로 돌아가야지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이가 학교에 너무 적응도 잘해 주었고, 공부도 잘 따라가게 되면서 남편과의 상의하에 한국에 일 년을 더 머물게 되었다.
나도 결혼 전에 잠시 멈춤으로 두었던 한국에서의 경력을 살려 조금씩 일을 하게 되었고 남편도 본인의 새로운 능력을 찾아 한국 생활에 꽤 적응을 잘해 나갔던 부분도 중요했었다.
그렇게 한국에서의 유학 두 번째 해가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 3월부터 한국어 자음 모음을 익히면서 한국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거의 2년이 지난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때는 국어 수학 영어 암기과목에서 틀린 문제도 거의 없이 반에서 2등을 하게 되었다.
크게 학업 부분에 있어서는 안달을 내지도 부담을 주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너무나도 기특했고 또 감사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글도 못 읽는 이 아이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하셨던 처음 만난 담임선생님께서 가장 기뻐하고 좋아해 주시고 놀라셨다.
아이는 어른들과 격려와 칭찬을 먹으면서 자란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그리고 2년이 거의 다 흘렀을 때 유치원 7세 과정을 마친 둘째 딸과 한국 초등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친 아들을 두고 다시 한번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영국에 돌아가서 학업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젠 반대로 한국 공부나 말은 너무나도 잘 익혔는데 이 나이가 되니 영어를 까먹기 시작했다. 특히 만 5세 때 한국으로 돌아온 둘째 아이가 더 심했다. 만 5세 영국에서 primary school 1학년 과정을 반만 다니다가 온 둘째 아이는 그래도 영어 대화는 문제가 전혀 없었고 영어도 어느 정도 아주 간단한 단어 읽기를 배울 때 즈음 왔는데 한국에 와서 2년째가 되니 이제는 아빠가 영어로 물으면 영어보다는 한국어로 대답하는 걸 더 편해했고 그러다 보니 한국어를 모르는 아빠와의 소통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완벽한 바이링구얼을 구사하기 위해 이대로 영국을 가야 할지 아니면 한국에 더 남을지 우리의 모든 상황과 가족들의 형편성 모든 부분을 고려해서 다시 한번 큰 결정을 해야 했다.
어쨌든 이제 아이를 더 이상 한국 학교에 보내는 건 의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일생을 살면서 여러 가지 질문에 봉착한다. 할까 말까. 갈까 말까. 음식을 먹거나 물건을 사는 거 외에는 이미 내 맘속에 그 정답이 있었다.
그 길을 가 보면 된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을 테니.
그리고 세월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에게 몇 년간 한국 문화와 언어를 배우게 한 나의 선택은 내 욕심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더 큰 인성과 사고를 넓히게 되는 선물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