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모르는데 학교에서 어떻게 받아쓰기를?

#영국에서 두 아이 키우기/한국어 받아쓰기 도전하기

by ziniO

한국 초등학교 시작. 한국어 받아쓰기 도전하기


영국에서 오자 마자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첫 아이의 초등학교 2학년 과정.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건 3월 초가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1학년 때부터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으로 2학년이 된 지도 1~2주가 지난 터라 다들 짝꿍이랑도 친해지고 학교 생활도 어느 정도 익숙해질 때였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기억도 안 나는 두 돌 애기 때 처음 와 보고 이번이 처음이었던 아이를 오자마자 한국말만 쓰는 한국학교에 등교시켰으니 아이에게는 이것저것 모든 부분이 많이도 어리둥절했으리라.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이니 어디에서든 금방 적응 잘하니 하는 무한 긍정적인 마인드가 아니었으면 나 또한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그때는 나도 정말 잘할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뿐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집에서 하는 일상 용어 정도를 조금 이해만 할 뿐 쓰고 읽기의 한글은 아예 알지 못했다.

그래서 급하게 집에서 자음과 모음을 적어두고 그 조합을 가르쳐주며 겨우 한 단어 한 단어 읽기 시작할 즈음.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숙제를 해 가야 했고 받아쓰기 숙제도 해 가야 했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한글 문장이 길지 않은 수학 문제 풀기와 영어 수업뿐이았다.


그중 받아쓰기 시험시간은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

일주일에 두 어번 받아쓰기 시험이 있기 전 날에는 선생님께서 숙제로 10 문장을 주시고 집에서 연습을 해 가야 한다. 아이는 당연히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면 매일 빵점을 받아왔다. 한글을 겨우 떼고 말도 쉬운 문장만 겨우 알아듣는데 그 긴 문장들을 한국어로 적어야 하는 건 아이에게는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난 아이가 빵점을 받아오면 절대로 실망한 표정을 하지 않고 항상 웃어주었다. 아주 당연한 것이니..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답안을 적느라고 바쁠 때 우리 아이는 주변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영국에서는 항상 공부도 잘하는 똑똑이 이미지였는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와 함께 당찬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이한테 이렇게 말을 했다.

“우리 매일 빵점 맞는 것도 지겨운데 10점- 열 문장 중 한 문장만 맞혀볼까? “

아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날 하루는 제일 짧은 문장 하나만 달달 외웠다. 아홉 문장은 아예 포기해 버리고 한 문장만 수십 번을 같이 써 보았다. 무슨 문장이 시험에 나올지는 알고 있으니 10 문장 중 하나 즈음은 노력을 해서 적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그다음 날 10개 문장 중에 한 문장에 동그라미가 쳐지고 그 시험지를 집에 들고 오면 나의 칭찬은 아이가 천재가 된 것인 마냥 해 준다. 그렇게 다음에는 딱 두 개만 외워서 2 문장을 맞추고 그다음은 3 문장을 맞추었다.


여기에 용기를 내기 시작한 초등학교 2학년 아들.

그렇게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6개월 정도가 지나자 한국어도 다 알아듣고 쓰기와 읽기도 다 되기 시작하면서 받아쓰기도 거의 90점, 100점을 맞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과목들도 거의 다 잘 따라오게 되었다.





그래..
아이의 뇌는 스펀지가 맞는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