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입학하는 첫 아이

#영국에서 두 아이 키우기/영국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 입학까지

by ziniO



이제 첫 아이가 대학에 들어간다.



20대 아무것도 모른 채 영국으로 와서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임신했던 그 행복했던 시간들. 갑자기 하혈을 해서 병원에 갔더니 심장이 안 뛴다고 해서 의사 앞에서 펑펑 울고 있는데 기계가 낡아서 잠시 오류로 안 뛰었다는 웃픈 사건. 영국 병원에서 울고 보채는 아이를 밤에 보다가 그대로 안고 빈혈로 쓰러진 그날 밤, 병원에 한가득 미역국을 싸 들고 오셨던 친정엄마, 출산하자마자 얼음이 둥둥 뜬 차가운 물을 수고했다고 가져다 준 영국 간호사의 모습에 깜짝 놀란 친정엄마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아직 엊그제 일 같이 그대로인데...

그런데 그 연약하고 작았던 그 아이가 이렇게 커서 어른이 되어 버렸다.



영국에서 5위안에 들고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대학 몇 군대에서 오퍼가 나고 합격을 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너무 똑똑하지도 특별나지도 않았다. 한국에 갔었을 때는 초등학교 2학년 나이에 한글을 전혀 못 썼고 다시 4년간의 한국생활 후 영국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에는 영어도 뒤쳐지고 역사 제2외국어 등등 모든 부분에서 영국 아이들의 4년간의 학과 진도보다 뒤처졌었다. 영국에서 돌아온 나이가 딱 사춘기 나이라 영어가 미국식 발음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했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아이는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방식으로 혼자 컴퓨터 게임이나 큐브, 피아노, 코딩에 빠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환경에서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그 위치에서 톱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확실한 아이의 정체성이었다고 확신한다.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생겨서 살아가야 하는 부분을 무엇보다 당당하게 만들어 주려 했었고 모자람이 아닌 더함의 존재로 항상 각인시켜 주려고 노력했었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다 데리고 한국행을 선택했었다.

자신의 뿌리인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그리고 바르게 알지 못하면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언젠가 그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다.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서의 삶과 영국에서의 삶은 어떤 부분이 달랐었는지..

한국에 살았던 때에는 비록 한국어는 서툴렀지만 다 똑같이 생긴 외모에 더 자신감을 얻고 같은 아시안인들 사이에서 뭔가 동질감 아닌 동질감을 느꼈던 거 같고 영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너무 릴락스 하게 공부를 하던 영국친구들에 비해 한국에서 보고 같이 공부한 한국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부지런함과 열정들을 본받고 더 집중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고 영국에서는 욕심을 부릴 수 있었다.


영국 아이들을 보면 공부를 잘하면 인 서울?을 시키는 아시아 부모들과는 달리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려고도 하지 않고 부모님 근처에서 자신이 태어난 동네에서 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 우리 아이들이 보기에는 그 부분들이 너무 꿈이 없고 답답해 보였던 점이 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을 보면서 했던 말이 왜 더 큰 꿈을 갖지 않는지. 이렇게 똑똑한데 왜 더 멋진 직업과 연결되는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지...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선택을 하지 않아도 먹고살기에 충분히 여유가 있고 행복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한국처럼 공부를 잘하면 무조건 의사, 변호사,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는 모습과는 정말 다른 것 같다.






영국 안에서도 정말 다양한 인종이 있다.


첫 번째, 영국 안에서도 평생을 영국에 산 순수 로컬 백인들은 확실히 사고방식이 다르다. 대영제국이었던 영국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너무 풍족해서 그런지 그다지 욕심과 꿈이 크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영국 안에서만 자랐기 때문에 다른 문화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지도 않고 오픈된 마인드도 확실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모든 영국인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 같은 영국에서 태어나서 영국에서 교육을 주욱 받았지만 부모나 그 위 세대가 약간이라도 이민자로 영국에 들어와서 정착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확실히 사고나 꿈, 그리고 자신과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오픈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컴퓨터 공학과에 재학 중인 아이 주변 친구들을 보면 부모 한쪽이 여러 유럽이나 아시안계 혼혈들이 많고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 본인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런 아이들 특징이 영국에서 태어났지만 영어뿐이 아니라 부모님 나라의 언어의 중요성도 알고 몇 개 국어를 로컬처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영국에서 태어난 아시아인 중 본인의 문화와 언어도 잘 배우지 못한 소위 아이들이 말하는 속어인 "바나나(겉모습은 아시안, 안은 서양의 사고)" 같은 아이들이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가 이민자이니 아이들에게는 무조건 영국 생활과 문화만 중요시하고 영어만을 중요시한 경우이다. 나이가 어릴 때에는 본인의 모국어와 문화를 접하지 못한 부분에 그다지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게 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대학 안에서 그런 아이들을 보면 100프로 서양인들과의 사이에서도 뭔가 흡수되지 못한 부분이 있고 그렇다고 자신들과 같은 한국 아이들과도 언어를 못 하니 잘 어울릴 수가 없다. 물론 부모들과의 사이에서도 언어나 사고에 이질감을 느끼게 되니 점점 관계도 멀어진다. 이 경우에는 100프로 아니 200프로 후회를 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몇몇 한국 부모님들도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점을 보면 너무나도 안타깝다.


네 번째, 영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커서 유학을 온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두 언어를 다 잘하니 여기저기 다 어울릴 수는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에 따라서 두 언어와 문화를 골고루 잘 사용해서 영국 안에서 다양한 인종들과 다 잘 섞이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이민 사회에서 성공하려 노력하는 아이들이 있는 가 반면, 그냥 학위만을 따기 위해 유학을 와서 자기네 인종끼리만 말하고 몰려다니는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특히 부유한 가정에서 단지 학위만을 따기 위해 유학 온 중국인 학생들이 많이 그렇다고 한다.



난 이 중 두 번째 아이들로 키우려고 노력했었다.

자신과 다른 부분을 확실히 인정하고 아주 당당하게 그리고 부모가 어느 인종이던 자신의 문화와 피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아이. 그래서 모자람이 아닌, 난 두 배나 가능성을 가졌고 그 가능성을 백배로 미래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로 말이다.


이렇게 아이가 대학에 들어갔다.

이제 2년 반 후면 둘째 아이도 집을 떠나 멀리 본토 대학을 간다.


이제 내가 해 줄 일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밝은 햇살이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제대로 된 한국 음식점 하나 없는 이 시골에서 참 열심히 삼세끼 밥을 지어주고 아이들 옆에서 그리고 자라면서는 뒤에서 걸어가 주는, 때로는 알면서도 무관심한 척하기 위해 참 많이도 노력했었다.

사춘기 시절, 아이들의 버릇없는 한 마디에 상처를 받을 때면 당장 부모의 권위랍시고 내 감정 시원해지기 위해 아이를 다그치고 혼내고 싶었지만 잠시 기다려 아이가 스스로 잘못함을 느끼기를 기다려 주기 위해 문고리를 잡고 아픈 가슴을 잡고 혼자 울었던 시기도 이제는 추억으로 지나간다.


너무나도 서툴렀던 이십 대에서 사십 대 중반의 엄마의 삶도 이제 둥지를 떠나려는 아이들 사이에서 막을 내릴 때가 다가온다.


엄마의 아들과 딸로
태어나 줘서
참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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