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만큼 중요한 풀이과정-한국과 영국의 다른 공부 방식

#영국에서 두 아이 키우기/정답만큼 중요한 풀이과정

by ziniO

정답만큼 중요한 풀이과정

-한국과 영국의 다른 공부 방식




한국에서의 4년이라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어른이 되어버리면 바뀌기도 그리고 바꾸기도 어려운 사고 들와 삶의 방식, 언어, 심지어 음식 맛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아이들에게는 마치 스펀지와 같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영국 학교에 다니다가 한국 학교에서 살았던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배움의 방식들도 아주 많이 달라졌다.

우선 한국에서는 참 많이 가르치고 참 많이 배우게 된다. 어릴 때부터 영어, 수학, 미술 등은 물론 음악과 체육까지 학원을 다녀가면서 배우게 된다. 그것도 일주일에 두세 번 혹은 매일 가야 하는 것이 더 놀랍다.


영국에서는 따로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사실 학원이라는 곳 자체가 없다. 중고등 입시 때 필요하면 부족한 과목들은 몇 번 따로 과외 선생님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나마 어릴 때부터 규칙적으로 시키는 건 피아노나 바이올린, 그리고 아이가 원하면 수영이나 다른 예체능 정도이다.

우리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하지만 한국처럼 매일 가는 학원은 없고 과외 선생님께서 한 시간도 아닌 단 30분, 그것도 매일이 아닌 일주일에 한 번씩 가르쳐 주셨다. 매주 30분이라도 하면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여름, 겨울 방학, 시험기간이나 다른 이유 등등으로 빼 버리면 일 년에 배울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어릴 때 수영도 마찬가지. 30분씩 일주일에 한 번이었다. 한국처럼 매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것이다.




사실 영국에 다시 돌아와서 처음에 아이가 가장 헤매었던 부분은 30분을 배우는 피아노도 수영도 아닌 학교에서 시험을 치는 부분이었다. 우선 전과목에 객관식 문제가 하나도 없다. 모든 과목이 서술형이다. 한국처럼 외우고 공부해서 답만 알면 되지를 않는다. 한국에서는 문제집을 많이 풀고 교과서와 자습서 등으로 마음만 먹으면 공부할 것도 많은데 여기서는 과목에 따라 다르지만 문제집도 교과서도 딱히 없다. 선생님 강의와 노트뿐이다. 아님 과학이나 수학 정도는 자역에 따라 CCEA(Council for the Curriculum, Examinations & Assessment)이나 CGP(Co-ordination Group Publications)에서 출제한 자습서와 문제집 정도는 구해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중 특히 수학 공부는 한국과 다른 점이 많다.

한국 수학은 답만 알면 된다면 영국 수학은 답과 풀이 과정 똑같이 중요하다. 답이 틀려도 풀이 과정이 맞으면 어느 정도 점수가 주어지고 풀이과정이 틀리고 답이 맞아도 점수가 다 주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쇼핑을 하고 얼마의 가격이 남았냐는 문제에 영국 화폐인 파운드로 정답이 34파운드라면 £34.00이라는 정답을 £34.0을 써서 1점 깎이기도 했다. 풀이과정도 다 맞고 정답도 딱히 틀리지도 않았는데 만점을 맞는 건 정말 까다로웠다. 엄밀히 말하면 영국 화폐 중 1 페니 단위도 있으니 0을 두 개로 해야 하는 건 맞을 것이다. 이래서 답만 맞아도 안 되고 풀이 과정 중 0 하나 제대로 신경 써서 해야 하니 수학에서 만점을 맞으려면 정말 신경을 잘 쓰고 실수를 하지 않아야 했다.


수학뿐만 아니라 영어나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서술형이었고 거기에 거론되어야 할 해답들이 잘 들어가면 각각의 문장에서 포인트가 매겨지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한국처럼 정답을 위한 벼락치기 공부는 절대 통하지가 않는다. 아무리 시험이라는 것이 또 점수를 잘 내기 위한 그 나름의 포인트와 방식들이 있다지만 그래도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자기 주관과 생각들을 많이 얘기하고 토론하는 부분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아이들의 공부 방식을 보면서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우선 고등학교 입학시험인 GCSE 시험만 봐도 영어 한 과목에 네 번의 시험이 있을 정도이고 음악 시험에는 작곡, 그룹 연주, 개인 연주, 그리고 평소 학교에서의 내신 시험 등등 아주 다양하다. 그래서 시험 9과목 정도를 치는데 5월에서 6월까지 두어 달이 걸린다.

2022년 GCSE시험 시간표


또한 대학 입학시험인 A레벨 시험도 과목은 서너 과목이지만 단 하루 만에 치는 것이 아니고 거의 한 두 달에 걸쳐 시험을 치르게 된다. 한국에서 대학 입학시험인 수능 전과목을 딱 하루 만에 보는 걸로 인생을 결정짓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는 건 너무나도 아이들에게 가혹한 것 같다.

무엇보다 영국에서는 A레벨 점수가 못 나와서 재수를 하고 싶다면 못 본 과목만 다시 치면 된다는 점도 모든 과목을 또다시 하루 만에 봐야 하는 한국과는 다른 점이다.


또한 결과만을 최고로 중요시하고 1등만이 살아남은 사회와는 달리 과정도 결과만큼 똑같이 중요하며 1등이 아니라도 또 공부가 나에게 맞지 않으면 대학을 굳이 나오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방향들이 많이 주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영국 아이들을 보면 한국과 달리 모든 아이들이 다 똑똑하지가 않다. 한국 아이들은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고 공부를 많이 하니 대부분이 참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영국에서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똑똑한 천재들이 많다.(물론 대부분의 영국 아이들을 수학을 아주 기본만 배우기 때문에 잘 못 한다) 수학뿐만 아니라 피아노나 코딩 등 본인이 정말 좋아해서 푹 빠져 스스로 공부를 하고 깨우친 아이들 중에는 정말 똑똑한 천재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 학원처럼 수동적으로 배울 데가 딱히 없으니 능동적으로 더 파고들고 더 스스로 공부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정말 이길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여긴 그 똑똑한 천재들만이 스스로 원해서 좋은 명문대에 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집에서 가까운 대학에 입학하거나 원하지 않으면 대학을 안 가도 된다. 심지어 점수가 아주 좋아도 그냥 동네에 있는 평범한 대학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많다. 한국처럼 학원을 다니고 억지로 공부를 해서 모든 아이들이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만 입학하려고 하는 이미지와는 뭔가 사뭇 다르다.


먼 미래에 인생을 되돌아보면...

1등을 해서 행복했던 것도

가기 싫은 공부를 겨우 해서 대학에 합격했던 것도

진정한 행복은 아니었을 것이다.

되돌아본다면

...

나 자신을 위해서 했다기보다는

남을 위해서 아니면 부모나 사회가 원하는 나를 보여주고 만들기 위해서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도 아이들에게
너네들이 행복한 일을 찾으라고는 말 하지만
내일 당장 대학 공부와 준비를 그만두고
꿈을 찾겠다고 하면 그 꿈을 믿어주고
지지해 줄 수 있는 엄마인지 생각해 보면
나도 자신이 없어진다.

나도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나 자신의 진정한 행복과
정해진 사회의 틀과 기준 사이에서
그 올바른 행복의 기준을 잘 모르고 있는
항상 갈팡질팡하는
미숙한 어린아이인 것 같다


나도 아이들도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최선을 다한 그 과정속에서

참된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 수학 시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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