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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급로그아웃 Dec 01. 2022

그는...

[맛있는 자작시]

<그는...>


어렴풋이 기억이 시작됐던 그 시점에서

그는 넓은 들판이였고 커다란 바다였으며

기관차이자 고래였다


눈을 감았다 뜬 그 다음의 기억에서

그는 큰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였고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는 기관차였다


햇빛이 이러 찌푸린 눈 사이에서 본 그는

고래였지만 수족관 안에 있었고

기관차였지만 먼지가 짙어있었다


마침내,


검은색 공기가 내리깔린 방 안에서

그는 그저 작은 물고기가 되었고

더이상 달릴 수 없는 고철이 되었다


한 발

두 발


그를 향해 걸어갔다.


"...."

"왔..니?"


몇 초간에 침묵


순간 눈 앞에 내리쬐는 은은한 달빛,

차가운 바람 그리고 그가 그 속에서 누워있었다.


그러자 고래는 커다란 바다로 헤엄쳐갔고

기관차는 큰 들판으로 달려갔다


그는...

더이상 그 무엇도 아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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