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자작시]
<낮은 파도를 가까이 바라봐>
수면위로 파도가 들이치며
파도와 마주보는 순간,
이내 속삭인다
'넌 왜 밑에 있니?'
그 물음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파도는 낮게 그리고 잔잔하게
밀려온다
내가 그를 향해 들이치며
그와 얼굴을 맞대는 순간
이내 속삭인다
'넌 왜 가까이 있니?'
그는 그에 대답하기라도 하듯
나에게 시선을 맞추며 가까이 바라본다
그렇다. 파도는 나에게
나는 파도에게 높고 멀지도 않는
그 언저리에 존재하는
낮고 가까움이었다.
아니다. 밀려온 파도는 낮지 않아
다가온 그는 가깝지도 않아
모든 순간이 나의 머릿속에서
나의 바램 속에서
그렇다면 왜 나는 알지만 몰랐을까
이내 잔잔함이 입가에 밀려들었다
수면 위로 파도가 들이치며
높고 낮게 그리고 가깝게 멀게
나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