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별점] 영화 '범죄도시3'
3줄요약
이젠 드립이 웃기지 않아...힘이 빠져가는 진정성
"아니 여러분, 저게 웃겨..?" 중심도 개그도 잡지 못해 변질된 '진실의 방'
강력한 단일개체 대신 거대 조직 끌여들여 마동석과 붙인 싸움
들어가며
'장첸', '강해상' 뒤를 이을 빌런이 누구일까. 사실 주인공보다 오히려 빌런이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마동석 유니버스로 시작한 마동석이 출연하고 마동석이 제작한 범죄도시 시리즈다.
1편과 2편은 빌런인 장첸과 강해상의 잔인무도함을 강조했다. 아슬아슬하게 사선을 넘어가며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은 결국 마동석과 마주한다. 마동석은 끝내 정말 끝끝내 빌런을 따라가 제압(?)하고 쿨하게 돌아선다.
사실 범죄도시가 관객의 눈길을 끌었던 포인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다. 마동석이니 윤계상의 장첸이니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에 그들의 연기력에 감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부분이지만, 초반에 관객의 흥미를 끌었던 건 조선족거리에서 벌어진 한 경찰의 용기있는 행동을 바탕으로 한 '실화'였다.
그렇다. 조선족거리에서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창 이슈인 '마약'을 중심으로 일본 야쿠자를 끌어들였다. 마동석 형님과의 의리로 극장안에 들어섰던 영화, '범죄도시3' 맛있게 별점을 매겨보자.
이 리뷰는 의외로 스포일러를 약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피타이저
이젠 슬슬 드립이 웃기지 않아...힘이 빠져가는 진정성
어느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마석도(마동석)가 경찰서 안에서 깜찍한 핑크 손거울을 들고 어떤 대사를 치는 장면이.
또 어느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마석도(마동석)가 어떤 장소에서 '아가리또 고자이마스'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아리가또'라는 일본의 감사하다는 언어유희를 아가리또라고 말하고 지나간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기억에 남는 부분은 선명한데, 그 외에는 블러처리 된 것 마냥 기억에서 사라졌다. 왜일까. 이제는 마동석식 개그가 더이상 신선하지도 재밌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대략 필자와 극장에서 범죄도시3를 본 관객의 수는 20명 안팍이였다. 사실 영화를 보러가기 전에 장면장면에 집중하되, 같이 볼 관객들의 반응도 살펴보자는 취지로 귀를 쫑긋 열어놓고 있었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후 1시30분. '정말 영화가 보고 싶은 사람들이 올 시간'이다.
두 장면의 공통점이 또 있다. 전혀 웃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화관의 관객들이 마치 합죽이가 된 마냥 無반응이였다. 그저 지나가는 장면하나처럼 지나갔다. 감독이 이와같은 광경을 매 관람시간마다 보게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핵심은 드립에 힘이 빠져간다는 것이다. 오락영화와 액션 그리고 범죄스릴러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며 관객을 웃기고 긴장하게 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던 범죄도시 시리즈는 여기에 없었다.
씁쓸한 맛
무거운 분위기를 잠깐잠깐 환기시켰던
범죄도시, 뭐가 급했나 이번엔 '대충대충'
순식간에 사라진 마동석표 개그의 맛 '씁쓸해'
범죄도시3는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룬다. 범죄, 도박, 마약 등 무거운 범죄를 다루기 때문에 분위기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장치는 영화 초반부 관객을 영화에 집중시키고 캐릭터의 성질에 이입시키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번엔 뭐가 그리 급했는지, 후다닥 '의무방어전' 하듯이 보냈다.
왜 그랬을까 고민을 좀 해봤다. 더이상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뒤에 내용이 길어져서(빌런 외에 등장하는 또다른 세력이 있다) 그랬던 건지, 대충대충 지나간다.
패착이다. 오히려 관객은 범죄도시를 '이 재미'를 보기 위해 온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사실 기-승-전-결 단계에서 잘 짜여진 스토리와 복선 그리고 해결과정을 보러온 것이 아니다. 초반부 재미와 중간중간 치고들어오는 마동석의 귀여움 그리고 마동석의 '주먹'을 보러온 관객들이 대다수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다. 유튜브에서 하도 숏츠로 광고하길래, "저 부분은 재미난 부분인가"하고 신경써서 지켜봤지만 순식간에 다음 씬으로 넘어간다.
재미없다.
'퉷' 맛 없어
그저 슬랩스틱으로 변질된 '진실의 방으로'
범죄도시는 여러 유행어를 탄생시켰다.
- 혼자니? / 어 싱글이야
- 50대 50으로 나누자 / 누가 50이야
그리고 '진실의 방으로'가 있다. 중간책으로 잡은 범죄자들에게 심문할 때, 입을 열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석도는 "진실의 방으로" 어찌저찌 알아낸다. 영화적 코미디인 셈이다.
분명 중요한 장면이다. 범죄도시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중요한 장면이다. 그런데 범죄도시3에서는 '진화'하지 못했다. 발전시키도 못했고 그저 또 청소도구로 걸레로 cctv를 가리면서 '퍽-'
이걸 웃어야 돼? 말아야 돼. 순간 고민이 들었다. 그저 슬랩스틱으로 변질된 듯, 마치 허물어져가는 개그콘서트의 내리막길 어느 코너가 생각나버릴것 같은 장면이였다.
"이범수는 그래서 왜 나온거야?"
라면에 우유 부어먹듯 '요상한' 맛
분통 터지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이범수는 왜 이 작품에 나온것인가. 그가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광수대 팀장 정도로 보인다. 마석도의 상사. 광수대로 옮겼으니 상사도 바뀐다는 설정이였을 것.
영화는 인물 하나하나에게 캐릭터를 설정한다. 흔히 지나가는 엑스트라를 제외한 비중있는 인물에게 캐릭터를 부여한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당연히 진행되는 작업이다. 그 캐릭터를 배우는 분석하고 분석해 자신만의 연기로 카메라 앞에 선다.
이범수는 무슨 캐릭터로 카메라 앞에 선 것인가. 그의 밸류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필요없는 캐릭터가 탄생했다. 차라리 극단이나 무명의 노장에게 맡겼으면 더 잘했을 것이다.
여기선 두가지 갈림길에 선다. 배우 본인이 그렇게 했던가. 감독이 그렇게 지시했던가. 둘 중 하나이기에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참고로. 어떻게 일이 진행됐든 배우는 시나리오 활자에 적힌 역할에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범수는 무엇을 했는가.
그는 조폭, 양아치 등 여러 역할을 해온 대배우다. 그의 연기경력 중엔 분명 경찰도 있었을 테고. 그가 해내지 못했다면, 그저 거기에 머물렀다면 큰 문제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 있다. 오히려 그를 캐스팅하는게 아니라 적절한 조연에게 맡겨 개런티를 낮추든 했어야했다.
적어도 1,2편에서는 이렇지 않았다. 작게 지나가는 마석도 후임 경찰도, 상사도 하다 못해 마석도가 결재받는 청장급 아저씨도 캐릭터가 분명히 느껴졌다. 고집이라든가 좌절이라든가 분노라든가 캐릭터의 성질이 느껴졌다.
이범수는 범죄도시3에 어울리지 않았다. 라면에 우유를 부어먹듯이
진실의 미간이 살짝
딜리셔스가 느껴지는 '인물 구도'의 달짝지근한 맛
강해상을 겪으면서 관객들을 느꼈다. 아무리 빡세게 빌런을 레벨업 시킨다고 해도 마석도와의 1대1에서 관객은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고. 감독은 마석도에게 여러 상처를 입히며 HP를 깎아댔지만 결국 마석도의 주먹앞에서는 평등하다.
그래서 깨달은 바를 이번 범죄도시3편에서 보여주었다. 단일 개체로 안되면 단체로 공격하자! 였다. 일본 야쿠자를 끌어들였다. (나중에는 이태리 마피아를 끌어들이려나...)
범죄도시3는 강력한 한두명의 빌런이 아니라, 조직이 움직여 마석도를 제압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제조-운반-유통-거래-뒤처리 관련된 조직의 핵심 컨트럴타워인 야쿠자 회장이 칼잡이들을 보낸다.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 생각보다 한국영화에 일본 야쿠자들이 빌런으로 자주 나온 것 같다. 반대로 일본영화에 한국조폭들이 빌런으로 나온 유명한 영화가 있었던가..? 확실히 일본 야쿠자의 위상을 보여주는 구도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영화 후반부는 마석도 등 경찰 vs 빌런 vs 빌런을 잡으러온 일본 야쿠자 칼잡이들 구도로 전개된다. 꽤나 삼각관계에 무게감을 잡아보려고 했겠지만, 범죄도시의 마지막 장면은 늘 마석도 vs 빌런의 1대1 구도로 잡히는 한계점을 스스로 만들어버린터라 의미가 없었다.
여기서 빌런은 무력으로 극악한 난이도를 보여준다기 보단, 두뇌로 승부한다. 거기에 잠깐잠깐 잔인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그저 애교로 보였다. 빌런무리 셋이서 일곱여덜명이 넘는 야쿠자 사무실로 쳐들어가서 빌런이 사무실 두목을 제압하는 장면에서는 비웃음이 나왔다.
저렇게라도 해야 빌런이 쎄보이지 않을까하는 감독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벼랑 끝에 몰린 빌런을 독기가 바짝 올랐다. 독기가 바짝 올라 인물들을 해하고 다니는 '독사' 같았다.
그런데 독사가 곰을 만난다면? 영화의 결론은 너무도 당연하고 허무하게 마석도 vs 빌런 1대1 구도로 흘러갔다. 몇대 맞더니 기절해버린 빌런에 마음속으로 명언이 생각났다.
"여기가 밑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도 있었어요"
그만하자.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 리뷰는 그만하자 지친다.
맛 평가
그래서, 결론은?
수저를 뜰 생각도 못했다. 온통 머릿속에는 "저거 왜.." 하다보니 어느새 중반부로 흘러가고 있었다. 황급히 몇 수저를 뜨고 맛을 보았다. 씁쓸한 부분도, 뱉어버린 부분도, 그나마 달달한 부분도 있었지만 결론은 실망이다.
온갖 광고를 때려, 마동석이란 유명세를 태워, 극장 좌석을 압도적으로 장악했기에 이정도 성과가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그동안의 전편이 재밌어서 한 번은 볼 생각이 들었던 영화, 하지만 보고 나오면 재미도 감동도 긴장감 넘치는 아드레날린도 찾아볼 수 없었던 영화,
그렇다.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3(2023)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