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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급로그아웃 Sep 11. 2023

"내 남편의 잠꼬대를 소개할게요" 영화 '잠'

[맛있는 별점] 영화 '잠'(2023)

영화 '잠' 공식포스터

3줄 요약

오컬트와 현실의 경계에 선 영화...믿고 보는 배우 '이선균과 정유미'

무당이 시동 걸고, 정유미가 엑셀 밟자, 이선균이 브레이크를 밟는다.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영화‘...열린 결말에 대한 아쉬움


들어가며

무더운 여름이 한풀 지나는 9월, 유재선 감독의 '첫 영화' 미스터리&스릴러 잠(2023)이 개봉했다. '기생충(2019)'의 봉준호 감독이 극찬한 영화로 광고 컨셉을 잡은 영화다.


잠이라는 소재는 흔히 공포나 스릴러물에 자주 쓰인다. 관객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일상 속의 소재니만큼 익숙하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잘 되면 '신선'하지만, 망하면 '어디선가 봤던 재미없'는 구성이 되버린다.


본인은 원체 갑자기 '삘'받아 영화를 보러가는 취향이기에, 토요일 저녁 심야로 23시, 근처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나름 스릴러 공포 장르를 좋아하다보니 웬만한 점프스케어를 뺀 영화들은 '그저 재미있게' 본다.


이번 영화는 꽤 무서웠다. 특히 이선균의 잠꼬대를 보여주는 그 장면...


유재선 감독, 이선균·정유미 주연의 영화, '잠'이다.


이 리뷰는 의외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피타이저


밤 10시에서 12시, 옆에서 같이 자고 있는 동거인이 있으면 흘깃 쳐다보게된다. '이 사람은 잠꼬대가 있었던가'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다음 느꼈던 감정은 '내 잠버릇은 어떨까'였다.


훌륭한 영화다. 잠은 단지 소재에 불과하지만,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잠꼬대라는 설정을 바탕으로 영화는 오컬트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경계에 관해서는 뒷부분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하자.


등장인물은 7~8명? 정도다. 말이되냐고? 정말 배우들이 적다. 오로지 이선균과 정유미의 대화, 독백 거의 솔로플레이에 가까운 신들린 연기가 돋보일 정도다.


영화 '잠' 스틸컷


잠버릇? 잠꼬대? 몽유병? 뭐라 칭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그 두루뭉술한 교집합 어딘가에서 사건은 발생한다. 임신한 정유미가 남편 이선균의 경악스러운 잠버릇을 접하게 된다. 공포에 질려한다. '내 남편이 나를 해치지 않을까?, 곧 세상에 나올 내 아이를 해치지 않을까?' 무의식 중에 벌어지는 행동은 예측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한다 or 하지않는다'의 선택지는 확언할 수 없다.


1장은 이른바, "내 남편의 잠버릇을 알려드립니다"

2장은 이선균의 극심한 몽유병 증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정유미와 아기.

3장은 이를 해결하려는 부부의 각자 다른 '방식'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매트릭스 빨간알약 - 파란알약 맛

감독은 관객에게 묻는다 "무엇을 믿겠습니까"


감독은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남편의 기이한 행동의 원인은 무엇에서 비롯됐으며 해결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정유미는 이선균의 경악스러운 잠버릇에 공황상태에 빠진다. 패닉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날밤을 꼬박 샌 그녀의 불안감을 넌지시 보여준다.


이윽고 무당이 찾아온다. "두 남자를 데리고 살고 있네" 무당은 연신 방울을 흔들어대며 '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실마리를 던진다.


영화 '잠' 스틸컷


"개 소리 안나고 아이 울음소리 안나면서, 너랑 둘이 살고싶어"

이미 사망했던 밑에 층 할아버지의 음성이 정유미의 뇌리에 박힌다.


이선균은 착실한 아빠다. 아내를 사랑하고 태어날 아이에게 혹시나 해가될 행동을 할까봐 불안해한다. 그래서 병원에 간다. 검사도 받고 치료를 받으며 꾸준히 약을 복용한다. "고칠 수 있어요" 의사가 말한 처방에 이선균은 병이 낫길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간다.



매운맛 순한맛 반반 '마라탕' 맛

이 영화는 오컬트 장르일까 현실 공포물일까


영화는 두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다. 처음에 부적을 믿지 않았던 정유미는 어느새 무당의 말에 극도의 '믿음'을 갖게된다. 집안을 모조리 부적으로 붙여놓는다. 스스로 공부한다. 알아낸다. 해결책을 남편에게 제시한다. '빙의가 된지 50일이 지나면 방법이 없어, 오늘이 딱 50일째 되는 날이야'


남편에게 빙의된 할아버지를 쳐내려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심지어 살인도 서슴치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잠' 스틸컷


두번째, 이선균의 극중 직업은 배우다. 보조출연, 조연 등을 전전하지만 끝까지 배우의 꿈을 놓지 않는다. 정유미가 응원해줄 만큼 그는 착실하게 산다.


몽유병에 파탄나버린 가족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치료한다. 마침내 담당 의사가 말한다 "완치 됐습니다" 이선균은 정유미를 찾으러간다. 그렇게 돌아온 집에서, 아내의 충격적인 모습에 이선균은 패닉상태에 빠진다.


영화 '잠' 스틸컷


자, 그럼 이제 생각해보자. 무엇이 이 부부의 삶을 '파탄'에 빠뜨렸던가. 감독은 계속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유미가 그토록 외치던 오컬트 현상에 대한 해결책을 믿을 것인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에서 '병이 완치된' 이선균의 말을 믿을 것인가.



단짠단짠 맛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가지 맛?'

오컬트는 함정이다, '그래, 마치 곡성처럼'


사실 오컬트에 대한 아무런 단서는 없다. 오로지 무당의 첫 언급, 정유미의 '그라데이션' 확신 그리고 정유미의 머릿속을 헤짚어 놓은 상상 뿐이다. 이선균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정유미의 '말도 안되는' 행동에 패닉상태에 빠진다.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더이상 출구가 없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리고 빙의된 할아버지가 이선균의 몸에 등장한다. 그리고 51일 00시가 되기 5분전 할아버지는 이선균에 몸에서 빠져나갔다 '정유미의 눈동자에서만'


영화 '잠' 스틸컷


그렇다 연출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한 셈일까. 죽은 할아버지가 이선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장면은 정유미의 '눈동자=상상 속'에서 벌어진다.


이선균의 직업은 배우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아래층에 살아계실 적 꽤나 이 부부와 다툼이 있었던 걸로 봐서 두 집이 투닥투닥 된 시간은 오래된듯 보인다. 할아버지의 행동거지랑 말투를 이선균이 이미 파악했을 터,


그렇다. 돼지사료에 들어간 마약같은 약초에서 시작된 한 마을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영화가 떠오르지 않나, 바로 곡성이다. 굉장히 비슷한 연출구도를 보인다.


"결국 오컬트는 함정일 수 있다"



수십번 곱씹어보는 되새김질이 필요해

시선에 대한 '탐미'…호? 불호?


이 영화는 '시선'에 대한 탐미가 일품인 영화이자, 동시에 영화에 ‘쓴맛’으로 느껴진다. 누구의 시선에서 지금 상황을 바라보냐에 따라 정말 천차만별이 된다. 이것은 영화가 다 끝난 이후에 관객이 영화를 곱씹어보면서 느낄 수 있는 맛인데,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린다.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원했다면, 혹은 엄청난 반전을 원했다면 혹은 머리 아프지 않게 이런저런 생각을 들게 하지말고 1차원적인 공포를 원했다면 생각보다 영화의 '열린결말'에 불호 판정을 내리리 확률이 높다.


영화를 본 이후 네이버 등지에서 평점을 찾아봤다. 대부분 좋은 평점으로 가득찼지만, '허무하게 끝난 결말'이라는 평가도 상당했다. 감독은 일부러 해결된 상황에 대해 '어떻게 했느냐'에 대한 설명을 거세했기 때문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나가는 문을 열어뒀을 뿐이다.


영화 '잠' 스틸컷


그러나 상상을 하지 않고 “그래서 이선균은 다 나은거야? 할아버지는? 정유미는? 그 둘은 어떻게 된거야?”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드는 관객에게는 만족감이 높을수가 없을 것이다.


또한 이것은 '영화 트렌드'에 민감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럿, 웨이브 등등의 OTT가 진일보하며 벌써 수많은 선택지가 생긴 이들에게 ‘빨리감기’는 이미 익숙하다. 복잡한 부분이 나오면 금새 지루해지는 느낌에 손가락을 ott 화면 속 ‘앞으로 10초’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 본인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영화관이라면? 더욱 루즈해지기 마련이다.


다시말해 사람들은 OTT라는 신문물을 접하고 일상화가 되면서, 더욱더 ‘직관’적인 것을 원하게 됐다. OTT처럼 '뒤로가기' '10초 뒤로'를 눌러볼 수 없는 극장개봉작에 대해서 두번세번 이렇게저렇게 다시 생각해보는 일은 꽤나 심력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맛 평가

그래서, 결론은?


영화 '잠' 스틸컷

아쉬운 부분을 아쉬운 부분이라 말할수 없을 만한 한국 영화의 수작이다. 특히나 두 주연배우와 조연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현실과 오컬트 사이의 경계선에서 아리까리하게 관객을 속이려는 연출도 괜찮았다. 둘다 설득력이 있으니까.


다만, OTT의 시대로 성큼성큼 들어가고 있는 2023년, 영화계에서는 이제 ‘열린 결말’에 대한 예술적 미련은 이제 버려야하지 않을까하는 슬픈 고민이 생겨버린 것.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영화, 잠(2023)이다.


5점 만점에 4점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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