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로다코치 Mar 04. 2024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스페인 장례 문화

사랑하는 시아버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신지 열흘이 되었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시댁에 가면 아버님께서 반갑게 맞이해 주실 것 같고, 식사 때 새로운 와인을 뻥~ 따서 맛있게 나눠 마실 것 같은데.. 

다른 가족들보다 가족의 인연은 짧았지만 내게는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한 아버님, 친청에서 받지 못한 사랑 넘치도록 듬뿍 받고 지낸 시간들.... 

이제 아버님 모습은 내 마음 속에서만 떠오른다...




스페인으로 이민 온 뒤 가족의 장례를 치루면서 한국과는 사뭇 다른 스페인 장례 문화를 직접 체험했다. 

한국에 비해 다소 절차가 간소하고 가족의 편의를 보장하는 편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많은 면에서 문화 차이를 경험했다.

스페인 장례 문화에 대해 내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1. 고인이 돌아가신 당일, 가족들은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 부부가 시댁 동네에 도착하기 전에 하늘로 가신 시아버님, 병실에 누워 계시는 아버님을 마지막으로 뵌 후 우리는 장례 업체에 방문해서 고인을 모실 관을 고른다. 

크고 작은 십자가가 올려진 열댓개 되는 관을 쭉 훑어보고, 골라야 한다. 

여기서 결정할 사항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빈소에 안치할 때 관을 열어 놓을지 닫아 놓을지, 얼굴만 보이도록 살짝만 열어 놓을지 결정할 수 있다. 

이후 꽃집에 들러 관 주위에 놓을 꽃의 종류와 색을 선택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첫째 날 절차는 끝. 집으로 돌아와서 친척, 친구, 지인들에게 연락해 부고를 전하고 저녁 식사를 하고 다들 일찍 잠에 든다. 



2. 이튿날

멀리서 오신 친척 분들을 맞이하고 점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스페인의 점심식사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식사 후 빈소에 갈 준비를 한다. 

오후 5시, 묘지 옆에 있는 빈소에 가니 아버님 지인분들, 가까이 계시는 친척 분들께서 조문을 오신다. 

빈소는 큰 방처럼 되어 있는데 들어가면 한쪽에 유리창으로 된 관이 안치되어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또 다른 방처럼 보이는데 사람들이 접촉하거나 들어갈 수 없고 유리창을 통해 관과 관 주변에 있는 꽃장식을 볼 수 있다. 

스페인 장례에서는 한국처럼 조의금을 따로 내지 않는다.  

꽃 바구니를 보내는 사람은 있다. 

빈소에 방문한 사람들은 관이 안치되어 있는 공간을 볼 수 있는데 유리창에 다가가 관을 보는 사람도 있고 아예 그 쪽으로 다가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고 마음 속으로 기억하고 싶어서인것 같다. 

삼촌분께서 아버님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살아계실 때의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다고 하셔서 우리는 관을 닫은 상태로 안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빈소 방문시 검정색 혹은 무채색 계열의 정장이나 단정한 옷을 입는 반면 이곳 스페인 장례문화는 복장의 자유로움이 있다. 검정색 계열의 단정한 옷을 입어야 하는거 아니냐는 질문에 남편은 그건 옛날이고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빈소에 방문한 사람들을 보면 복장도 다양하고 남편 친구들 중에는 맨투맨, 추리링을 입고 방문한 사람도 있으며 강한 메이크업, 악세사리 장식 등도 아무 자유로웠다. 

나는 봤다.  레드 립을 하고오신 어떤 분도...


그렇게 5시부터 8시 반까지 조문객들을 맞이한다. 

8시 30분이 넘으면 빈소에 불을 끄고,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온다.

저녁 식사를 하고, 친척분들과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다 잠에 든다.. 



3. 발인날

스페인 장례문화에서는 고인을 72시간 내에 니치(혹은 니초)에 넣거나 화장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빈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빠른 느낌이다. 

발인날 점심은 친척분들께서 갈리시아에 방문하실 때마다 두시는 문어 요리 뿔뽀를 먹으러 나갔다. 

거나한 점심 식사 후 다시 빈소에 가서 한두시간 조문객들을 뵌 후 오후 6시, 신부가 등장하여 고인을 위한 축복의 기도를 해주시고 옆에 있는 묘지로 운구한다. 

스페인에서 매장은 보통 니치 혹은 니초라고 부르는 지상토굴식으로 진행한다. 

관이 들어갈 공간에 신부가 성수를 뿌리고, 관을 넣고 그 입구를 시멘트로 발라 막는다. 

이제 남은 가족과 친척, 지인들은 성당으로 이동해 미사를 드린다. 

발인일이 평일인 경우 고인을 위한 미사가 진행되지만 시아버님의 경우 금요일에 돌아가시고 일요일 발인이라 고인을 위한 미사가 따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주일 미사에 고인의 이름을 포함시켜 봉헌드린다고 한다. 

그렇게 스페인에서의 장례 절차가 끝이 났다. 


 

4. 슬픔을 대하는 방법... 

"여기서 슬퍼하는 사람은 당신과 나밖에 없는 것 같아...."

아버님이 병원에 계실 때부터, 소식을 듣고 집에서 병원으로 향하는 시간 내내 우리 부부는 끊임 없이 울었다.

빈소에서도, 집에서도,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생각만 해도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그렇게, 우리는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과는 사뭇 다른 이곳의 장례 문화는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처럼 목놓아 우는 사람이 없다. 

특히 시어머님께서는 단 한번도 눈물을 보이신 적이 없다. 

오히려 조문객들을, 가족들을 위로해 주시고 친척분들과는 농담을 주고 받으며 의상과 함께 화려한 귀걸이, 날마다 핸드백도 바꿔 들고 빈소로 향하신다. 

멀리서 오신 친척들을 대접하고 디저트까지 잘 챙겨먹고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말 너무 평범한 날들처럼 말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내 눈엔 참 신기해 보였다. 

자신의 감정을 절대 내비치지 않는 모습에...   과연, 지금...  슬프긴 하신 걸까? 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라면, 남편이 죽는다면 나는...  그냥 미쳐버릴 것 같은데...   

시어머님을 cheer up하기 위한 친척분들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미사를 마친 후,  

"그 신부 무대 위에서 그럴싸 하게 연기 참 잘하더라~ 우리 이제 디스코텍 가서 파티하자!"

라고 말하시는 등..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모습에 '헉'하는 포인트들이 참 많았다. 


여기 사람들 왜 이래? 

아 진짜 이상하다.. 어이 없다.   

이게 아니다. 


그냥 다른 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고 경험해온 모습만이 '옳은' 형태로 존재하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그 누구보다 슬픈 사람은 남편을 보낸 시어머님이라는 것도 너무 잘 안다. 

그 슬픔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른 것 뿐이다. 


죽음이 끝이 아닌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소설'이 가진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