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 레이먼드 카버
지극히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던 앤과 하워드는 아이의 생일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7살의 사랑스러운 아이를 잃고 만다.
아들이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음에 이성을 잃어가는 앤과 하워드는 집에 갈 때마다 아들을 언급하는 이상한 전화를 받는데, 어떤 미치광이? 사고의 주범? 분노가 차오르지만 아이를 생각하느라 그 전화에 신경 쓸 여력은 없다.
전화의 발신자는 사실, 앤이 아들 스코티의 생일파티를 위해 주문한 케이크 가게의 빵집 주인이었다. 앤이 케이크를 가져가지 않자, 케이크를 가져가라고 집요하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스코티 일을 잊어버리셨소?'라고 말하는 빵집 주인, 그는 썩어가는 케이크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일까? 아니면 케이크 주문조차 잊어버린 듯한 무관심한 부모에게 화가 난 것일까?
케이크를 팔 때, 그는 무례하진 않지만 퉁명스럽다. 그런 그가 케이크를 만들 때 어떤 생각을 할까? 그냥 돈을 벌기 위해? 행복한 파티를 상상하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혹은 와이프도 자식도 없기에 부러운 마음으로? 그의 퉁명스러움은 세상과 소통 없이 홀로 살아가야 했을 삶에서 위로받지 못한 외로움과 고독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
행복한 생일파티를 상상하며 케이크를 사러 왔으니, 당신도 행복한 모습으로 친절을 베풀고 공감해 주길 원하는 앤의 말들, 그와 비슷한 수많은 고객들이 어쩜 빵집 주인에게는 가혹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이렇게 당신을 향해 웃고 있는데, 왜 당신은 나에게 웃어주지 않나요?
이런 생각이 어쩌면 사람들을 지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는 행복과 기쁨도 있지만, 슬픔과 외로움도 있는 것이다. 힘든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웃음과 친절은 필요하지만 웃음과 친절을 강요하는 사회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웃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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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를 잃은 부부는 분노하고, 그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빵집 주인을 찾아간다.
빵집 주인은 상황을 깨닫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이 별것 없는 것 소박한 롤빵은 이외로 부부의 마음을 녹이고, 오히려 부부는 그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그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제 그들은 서로 위로받고 위로한다. 소통의 시작이다.
빵 한 조각, 차 한 잔을 타인에게 건넬 수 있는 마음이 있는 사회, 소통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마지막 문장을 읽고 있는 나는 내 뇌가 따뜻함으로 물들어가고 내 심장은 부드러워지고 있음을 지각한다.
내 온기와 안정된 호흡을 누군가에게 전해 주는 그 시간들을 기다리며 발끝까지 따뜻함이 퍼져나간다. 그리고 살며시 잠이 찾아온다.
내일은 누군가에게 빵 한 조각을 건넬 수 있는 내가 되어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