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 다자이오사무
요조의 나약함과 불안이 나를 아프게 한다.
사람이 두렵고 세상이 두려운 요조는 어쩜 나 자신일 수도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는 왜 가짜 익살꾼이 되었을까?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을 숨기고 싶은 것일까?
어른에게 굽신거리는 하녀 머슴에게 성폭력 당한 어린 마음? 사랑받지 못해 사랑을 갈구하는 자신? 사람을 두려워하는 눈? 고독함과 처절한 욕망? 이 모든 걸 들켰을 때 혼자 남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위선에 가득 찬 사람들이 너무 두렵지만 사람들 곁에 있고 싶었던 요조.. 그는 그래도 사람들 곁에 있고 싶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웃음을 주는 것...
사람들은 진짜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저 웃긴 녀석이 되어버린 요조..
하지만 왕따, 지질함의 다케이시가 요조를 간파한다. 요조의 본모습을 알아본 것이다.
요조는 자신의 가짜 익살을 들킨 것에 당황하지만 자신을 알아본 그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본모습을 들켜버린 당혹감과 솔직한 '나'를 내보이고 싶은 욕망이 뒤섞이고 있으리라.
그리고 대학 때 만난 나이 많은 친구 호리키는 요조를 이용하기만 하고 요조를 스스럼없이 비난한다.
이용당하는 것을 알지만 요조는 외로움에 이용당한다. 이용당함을 알기에 그래서 오히려 호리키 앞에서 편안히 눈물을 토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요조는 정말 고독하고 외로웠던 것이다.
그는 더욱더 처절히 자신을 숨기기 위해 여자를, 술을, 약을 한다.
요조는 그러면서도 그 누군가를 이용하고 싶지 않고 자신의 그 비참함 쓸쓸함을 전하기도 싫어서 따뜻한 시즈코와 그녀의 어린 딸을 떠난다. 너무 순수하고 소박한 행복에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까 봐 도망친다.
그는 행복해지고 싶다. 하지만 행복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누군가의 행복을 깨뜨릴까 봐 무섭다.
...
그래서 그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 오히려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그래서 연인과 동반자살을 꿈꾸기도 실행해 보기도 하지만 그는 죽지 않는다. 아직은 살고 싶은 욕망이 더 컸으리라. 아직 살고픈 욕망은 있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식욕을 느끼지 못했다는 그는 어쩜 무감정 무감각으로 아픈 자신을 가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때 나도 식욕을 장시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웃고 싶은 욕망도 그 무엇을 하고 싶은 욕망도 없었다.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으로 나 역시 무감각 해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냥 살아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살아가야 하니까.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살아있다는 것. 그 시간을 견뎌낸 나에게 나는 응원을 보낸다.
또한 그렇게 처절하게 살아낸 요조를 응원한다.
왜 계속 행복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할까?
그 자신은 얼마나 추락하고 싶은 것일까?
끝없이 늪으로 빠져드는 요조. 헤어 나올 수 없는 미로 같은 늪, 그것이 세상일까?
세상과 사람들의 기괴함을 알아버린 요조는 어쩜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는 요조는 그 경계선에서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현실을 망각할 수 있는 그 무엇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냥 살아간다.
뭔지 알 수 없는 삶. 그 삶을 살아간다.
인간실격? 완벽한 인간의 삶은 있을 수 없다. 누구나 실수하고 추락하고 유혹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 너무도 나약한 것이 인간이다.
오히려 그를 그렇게 만든 추악한 어른들이 인간실격이다. 순수한 한 아이를 성폭력으로 어른을 불신하게 만든 어른, 위선으로 가득한 삶을 그대로 노출한 어른, 두려움에 떠는 아이를 방치한 어른들이야말로 인간실격이다.
요조는 스스로 추락할지언정 그런 추악한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다.
...
불안, 무서움, 외로움, 노여움, 슬픔, 수치, 기쁨의 감정과 식욕, 성욕, 명예욕, 물질적 욕망, 성취욕, 인정욕 등이 뒤범벅된 삶에서 내가 살아간다.
이 세계에서 내가 살아가는 방법은 오늘을 그냥 살아가는 것이다.
즐거우면 그냥 웃고 슬프면 울고,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그리고 따뜻함을 전해주고 전해받고, 위로하고 위로받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죽음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죽음이, 나를 찾아오든, 내가 죽음을 선택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다만 죽음이 내게 가까이 다가왔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을 살고자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