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엇을 기대했나

스토너 -존 윌리엄스

by 윤슬이오

스토너

넌 무엇을 기대했나?


농부의 가난한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어렵게 대학 공부를 마치고 대학교수가 되고,

사랑하는 여자와의 결혼으로 행복을 꿈꾸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제자와의 사랑은 불륜으로 낙인찍히고,

교수로서 열정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소외되고,

사랑스러운 딸은 임신이라는 도피처로 집을 떠나 알코올중독에 다가가고 있다.

결국 암을 선고받은 스토너는 원하지 않았던 퇴직을 앞당겨 죽음을 맞이한다.


스토너는 이름처럼 묵직하고 흔들리지 않고 삶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자신을 거부하는 그리고 사랑하는 딸과의 시간도 내어주지 않는 아내도, 전쟁터에서의 친구의 죽음도, 동료 교사의 괴롭힘도, 사랑인지 불륜인지 알 수 없는 사랑하는 캐러린과의 이별도.

다 묵묵히 받아들인다.

저항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퇴직을 종용당하지만 그제야 비로소 그는 저항한다. 그는 끝까지 학교에 남겠다고, 하지만 마지막 저항조차 신은 허락하지 않는다. 병이 죽음이 그를 찾아와 결국 그는 이른 퇴직을 한다.


스토너는 죽음의 문턱에서 ‘넌 무엇을 기대했나’라고 몇 번을 되뇐다.

삶이 기대를 모두 빗겨 나갔기 때문일까?

그는 약간 바보 같을 정도로 묵묵하고 견디는 삶을 살아가며, 죄책감이라는 편안한 사치품조차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살아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스토너를 실패한 인생이라고 보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다고도 한다.

하지만 난 스토너의 삶이 아프지 않다. 너무나도 담백하고 진솔한 문체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다, 난 오히려 그의 삶이 부럽기도 하고, 갈채를 보내고 싶다.

왜일까?


그는 살아 있었다. 꿈틀꿈틀 대며 살아 있었다.

삶에 대한 ‘열정’은 그의 삶 전체에 살아 있었다.


‘그는 초월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초월하지 못할 것이다. 무감각, 무심함, 초연함 밑에 그것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강렬하고 꾸준하게. 옛날부터 항상 그곳에 있었다.’

얼핏 보면 무감각, 무심하고 초연한 그에게 계속 남아 있는 ‘그것’은 ‘열정’이다.

문학에 대한 열정,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열정, 딸에 대한 열정, 가르침에 대한 열정, 그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그 열정이 그가 기대한 모든 것을 이뤄주지는 못하였지만, 그렇게 묵묵히 자신을 삶을 살아간 스토너의 인생은 우리 모두의 인생이자 앞으로의 나의 인생이 될 것이다.

무엇을 이루었는지가 중요할까?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야 위대한 삶일까?

삶을 묵묵히 살아내고, 나의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지켜나가며, 때론 열정적으로 때로는 성실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살아도 사그라들지 않는 열정이 있는 삶은 위대한 것이다.


나는 지금 ‘열정’이 있는가?

오랜만에 책을 읽고 글을 써본다.

다시 나의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려고 함을 느낀다.


죽음의 문턱에서 스토너는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것없어 보였다.

...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

협탁 위에 오랫동안 손도 대지 않은 책들이 쌓여있었다. ... 이 책이 망각 속에 묻혔다는 사실,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이 책의 가치에 대한 의문은 거의 하찮게 보였다.

...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그의 작은 일부가 정말로 그 안에 있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

공포와 비슷한 그 옛날의 설렘이 그를 지금 이 자리에 고정시켜주기를 기다렸다.’


열정과 설렘이 있는 삶을 기다려본다.

무던하게. 초연하게, 무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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