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악한 현인들/악성 소비자/이슬

오늘, 시로 다가온 청춘

by 해달

16 영악한 현인들


현인들 속에서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것은

웃음이야


그 속에 뒤섞여 오는 것은

괴성이야


무감각해진 가슴을 감추려

민감한 듯 쉽게 웃고

쉽게 화내고 말야


달을 보며 미소 짓는 소녀에게

‘척’ 한다고 구박하고

소녀의 미소마저 빼앗으려 해


현인들은 얼마나

현자인가

현대의 인간들이여



17 악성 소비자


호통치고 있는 나

호통받지 않을 수 있나요

잘못되었음이 맞음에도

호통받지 않으려

호통치지 않으려 합니다


관심조차 없어진 타인들 중

그대에게 다가가려니

건더기가 없어

포장지만 읽어 본 채

오픈을 시켰지


맛있으면 다행이고

상했으면 소비자 보호 센타에 연락해

피해 보상금 삼천만 원 부르고

새로운 그대를 찾으면 되지

호통받기 두려워 호통치지 않는 나




18 이슬


소리쳐 보렴

슬아

그렇게 아슬하게 매달려 있지만 말고

슬아

마침내는 너의 위력을 보여 주렴

새벽이 다가옴에

너는 틀림 없이 결심했다

그래서 너는 그토록 영롱한 눈빛으로

쉴 새 없이 모여들지 않았던가

슬아

그런데 이제

눈물만을 글썽인 채

너는 햇빛에 사라지려 하니

차라리 차라리

소리쳐 보렴

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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