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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 Jun 07. 2023

러브 몬스터/허기. 굶주림. 갈망. 사랑. 좌절

러브 몬스터/이두온

허기. 굶주림. 갈망. 사랑. 좌절. 포기. 휴거.

어떤 형태로든 도피.


[러브 몬스터]를 읽고 난 느낌이다.

오랜만에 무척 흥미롭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소설을 읽었다. 

지역문화센터 새벽반 수영장 회원이고, 교회에 오랫동안 다녔던 터라 [러브 몬스터]의 소재는 나에게 무척 흥미롭고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 후에 우리 살아 남은 자도 저희와 함께 구름 속으로 끌어 올려 공중에서 주를 영접하게 하시리니 그리하여 우리가 항상 주와 함께 있으리라”(살전 4:17).

 

이 말은 사도 바울이 한 말이다. 1991년 걸프전쟁이 터지고, 온 세계가 밀레니엄 시대한 두려움으로 긴장하거나 마음의 소동이 있거나 그런 시대였다. 이 와중에 다미선교회 이장림 목사는 휴거는 1992년 10월 28일에 '있다'고 했다. 많은 목사들이 휴거를 외쳤고, 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가서 재산을 헌납하고 휴거를 기다렸다. 그러나 휴거는 일어나지 않았고, 이장림 목사는 사기죄로 구속되었다. 혹자는 광기어린 저들을 비웃었지만, 혹자는 끝까지 믿었고, 혹자는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어리석음을 차마 인정할 수 없어서 죽음을 택하거나 그 주변을 맴돌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휴거 소동은 이후 몇 번 더 있었다. 물론, 1991년만큼의 열기는 아니었다. 아마도 1991년 10월 28일의 충격으로 다시 ‘휴거’를 입 밖으로 내뱉고 선교를 하기에는 웃기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러브 몬스터]에서는 열기가 식어버렸지만, 희생자들의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도 다 빨아먹고자 했던 오름교회 목사와 그 피 냄새를 맡고 자신의 목적에 따라 달라붙었던 주변 인물들, 그리고 다 알면서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희생되었던 이들의 마지막 처절한 몸부림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수영장의 물을 ‘성스러운 물’로, 바닷물처럼 짠 물 위에 떠 오르는 ‘오름’. 삶의 끝자락까지 내몰린 이들의 갈 곳 없는 선택. 작가는 독자가 초초하게 책장을 넘기게 만들고, 영리하게 진실을 폭로한다. 

 

아픈 몸으로 행방불명된 엄마의 사랑을 찾고 싶어 하는 딸, 평생 사랑을 찾고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병과 함께 그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 집착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여자, 자신을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자를 보며 사랑이라 착각하는 남자. [러브 몬스터]의 인물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랑을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한다. 결국, 그 ‘사랑’의 모습은 ‘편견’과 ‘아집’, ‘아둔함’으로 얼룩졌고, 그들의 사랑은 다 깨진다. 그리고 나에게 남겨진 그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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