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교사는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어요. 4월이 되면서 신학기 지도가 자리 잡혀 학생들도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오교사는 특별한 걱정 없이 식사하고 있었지요. 그때, 전화기가 울립니다. 보건 교사에게서 온 전화입니다.
“네, 선생님. 네?! 아이고, 네. 금방 가겠습니다.”
오교사의 반 아이 두 명이 장난치다가 한 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밥을 먹다 말고 서둘러 보건실로 달려갔어요. 다행히 A와 B 모두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B가 귀가 아프다고 호소해요. A가 B의 귀를 때렸다고 합니다.
사건의 진실:
A와 B는 평소 친하며 둘이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한다. 그날도 둘은 쉬는 시간에 소소한 장난을 치며 잘 놀았다. 4교시가 끝나고 급식을 먹기까지 시간이 좀 남은 상황. B는 A의 뒤를 살금살금 졸졸 쫓아간다. 자세를 낮추고 두 손을 모아 ‘똥침’ 준비를 한다. A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뒤를 돌아본다. 자기 엉덩이 바로 앞에 똥침을 하려던 B를 발견하고 A는 “야,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오른손으로 B의 오른쪽 머리를 친다. 세게 칠 마음은 없었지만, B는 귀가 먹먹해지는 것을 느낀다.
네, 사건 자체는 아주 간단합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입니다. 보건 교사는 B가 귀가 아프다고 호소해서 B의 어머니에게 연락합니다. B의 어머니는 대략의 자초지종을 듣더니 B를 데리러 오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B의 어머니는 B만 데리고 가겠다는 것이 아니라, A를 만나 직접 야단치겠다고 합니다. 오교사는 당연히 안 된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B의 어머니는 오교사가 함께 그 자리에 있으면 되지 않겠냐고 합니다. 오교사는 A의 어머니 동의 없이 B의 어머니가 B를 만나게 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설명합니다. 그리고, B가 먼저 심한 장난을 치려고 하다가 맞은 것이라 B도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B의 어머니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우리 애가 똥침을 한 다음 맞은 것도 아니고, 하려는 시늉만 한 거잖아요. 시늉만 했는데, 그 정도로 세게 맞을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A를 똑바로 지도해 주세요!”
오교사는 대략 난감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B의 어머니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까요?
“도둑질을 예로 들면, 도둑이 집에 들어왔는데, 도둑질을 직접 실행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인가요?”
이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꾹 참습니다.
“아니, 선생님! 그거랑 이거랑 똑같나요? 그리고, 우리 애를 어떻게 도둑놈에 비유할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