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걷다
새소리에 발을 멈춘다
나뭇잎 사이에 떨어지는 햇살,
스며드는 햇살,
튕겨나가는 햇살
갑자기 툭! 하는 소리
땅으로 뭔가 떨어진 걸 본듯한 착각
누렇게 마른 솔잎, 나뭇잎
솔방울, 도토리
축축한 흙땅 위로 도토리가 구른다
갈색 반지르한 도토리 서너 개를 찾아낸다
다람쥐 먹이 몇 개를 훔쳐가는 기분이 들어 살짝 미안하다
가방 안에서 도르륵 굴러 다니는 도토리와 함께 가던 길 위에 다시 오른다
빼곡하게 매달렸던 나뭇잎들이 바람길을 내어준 것인지,
숱이라도 친 것인지 여유롭게 매달렸다.
얼마후면 휑해질 나무가 걱정이다.
옷을 다 벗고 서 있으면 얼마나 창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