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804

by 고래꼬리

요즘엔 집에 있을 수가 없다. 평일엔 혼자 있으니 선풍기 두 대 돌리면 그럭저럭 살만한 날도 있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날도 있으나, 주말에는 남편이 함께 있으니 너무 덥다. 36.5도 보일러가 옆에서 가동 중이니 어떻게 덥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에어컨을 종일 돌려야 살 수 있다. 그래서 주말에는 아침을 먹고 나가면 될 수 있으면 밤에 집에 들어오려고 한다. 덥고, 추울 때, 비 오고, 눈 올 때는 역시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최고다. 다행히 집 근처에는 여러 곳이 있다. 그곳에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루를 보낸다.

어제는 새로 생긴 마트에서 고기 할인하고 있었다. 집에서는 가급적 고기를 굽지 않는다. 겨울에는 문을 열어놓고 구울 수가 없고, 봄, 가을도 냄새와 튀는 기름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제는 고기 할인율에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가 와서 기온은 약간 내렸지만 더운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두툼한 칼집 삼겹살을 구웠다. 다른 날에는 최대한 기름과 냄새를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삼겹살을 구웠지만, 오늘은 주물팬에 과감히 고기를 구웠다. 오로지 맛있게 먹겠다는 일념으로…. 고기는 노릇노릇, 흑돼지처럼 쫄깃한 비계를 가진 삼겹살 구이가 되어 내 접시에 놓였다. 봄에 만들어 놓은 명이나물과 알싸한 마늘과 함께, 시원한 쏘맥 한잔과 함께,

그리고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그대로 길을 만드는 기름이 식탁에, 그 아래 거실 바닥에, 선풍기를 타고 날아가 tv에, 소파에…. 기름을 여기저기로 보내던 선풍기 날개에도…. 못 할 짓이다. 1시간 동안 청소를 하고 선풍기 분해해서 닦고, 초 켜서 냄새도 태우고, 청정기 밤새도록 돌렸지만, 완전히 가시지 않는 돼지의 체취.

오늘은 뜨거운 스팀으로 싹 닦아냈다. 땀을 뚝뚝 흘리며 삼겹살의 그늘을 걷어냈다.

무섭다. 이제는 조금 덜 맛있게 먹고, 편하게 치울 수 있는 방법으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