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도반
봄 날. 작업실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엄마의 목소리는 담담한 듯 했지만 어쩐지 과거 어느 날을 떠올리게 했다.
집이 완전히 망해버렸을 적. 재건축 단지에서 모두 이사 나올 때 우린 그 곳으로 이사를 들어가야 했었던 어느 날.
‘우리 이사 간다, 모레 아침에.’
그 때, 그 느낌이었다.
“아빠 폐 검사 결과 나왔는데, 집에 좀 와야겠다.”
생기가 한 껏 도는 볕이 반짝이며 흩어지던 그 날, 아빠가 소세포 폐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빠는 그 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나의 가장 사랑하는 가족, 친구, 생의 동력인 아빠가 말이다.
10개월 동안 아빠를 위해 온 힘을 쏟고 난 모녀가 맥없이 일상에 내던져졌다.
아빠는 이전부터 뾰족하게 날을 세우며 살던 우리 모녀의 관계를 걱정하다 떠났었다.
둘이서만 잘 살 수 있을까.
우리는 그 질문 아래, 함께 살게 된다.
이 이야기는,
한 지붕 아래, 두 여자가 복잡미묘하고 뜨끈싸늘하게.
자고, 입고, 보고, 듣고, 먹고.
사는, 살아가는, 함께 늙어가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