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반의 시
약 줄이겠다는 이야기 아니에요
반대로 늘려야 할 거 같아요
도통 못 자고 있거든요
꿈 때문에요
깨나면 황급히 머리맡 노트에
꿈을 토한다
몸을 던져 느꼈던 모든 것들
나의 또 다른 생의 잔해들
꿈이 아닐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쪽에서도 나는 살고
이쪽에서도
그러니까 양 쪽에서
살아있는지도요
애당초 약은 무쓸모,
두 개의 세계를
흐리게 하는 함정이었을까요
푸른 타일 수영장에 메꿔진 물
창문 없는 하얀 복도
크리스마스 대형 트리
갑작스레 붐비는 인파
가빠오는 얼굴들
달겨드는 발걸음들
숨이 턱-
머리맡 노트를 더듬거린다
없다
여기가 어느 쪽이지?
알약들이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