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어

‘소’ 도반의 시

by 도반

조용한 마름모꼴 식탁에 앉는다

수저는 공수를 교대하듯 오가고

서로는 말이 없다


가끔 겹치는 젓가락 동선에

어색한 눈 맞춤

콩나물 씹는 소리가 공간을 차지하고

저작근 움직임이 조응한다


생선 뱃살 한 점이 무심하게

밥숟갈 위에 올라가고

너는 멸치와 볶은 고춧잎나물을 집는다


국이 뭉근한 불에 끓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엉키는 수저의 동선이 뼈대를 만들고

대화대신 침묵으로 서로의 살점이 돼주었다

우리는 무리를 잃은 병어였다


찢어진 아가미에 기대 잠들고 싶다

아물지 않는 상처는 기억이라

남겨두려 한다


때를 잊은 끼니를 먹고 있다

길을 잃은 망자처럼 식탁을 헤매고 있다


허기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꿈의 민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