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 霜降

‘소’ 도반의 시

by 도반

밭은 기침이 새어 나간다

침잠하던 새들은 이제 눕고 싶다


나무가 미친 듯 잎을 벗을 때가 오면

단풍은 절정이다

새벽 공기가 서행하며 적막한 길을 훑어간다

수증기는 엉겨 여기에 머무른다


달은 서서히 죽어가면서

멀리 간 기억들에 손을 흔든다


창가엔 아직 성에가 끼지 않았는데

밤은 하얗게 덥혀 간다


절곡節曲이 향을 내기 시작한다

술을 빚을 시간이다


밑술에 덧술을 부어

맨드라미 꽃을 넣을 것이다


노래와 울음이 구분이 안 되는 계절

국화가 입을 벌린다


방향을 잃는 건 길이 아니라 계절이었다

서있을 곳 몰라 우는 아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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