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에서

‘루’도반의 시

by 도반


근경이 질긴 나무로 자라면

어떤 일에도 끄떡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달라요 몸뚱이는 다 부러지고 날아가도

집요하게 남은 뿌리만 땅을 움켜잡고 있는 거 아닌가

너무 처참한 비장함이지 않나요?


그렇게까지 살아 뭐 하겠어

흔들면 흔들리다 부서지고 날아가고

그렇게 자연스런 이치대로 가는 게 험한 꼴 덜 보는 거지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난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중년의 여자가

막걸리를 마시며 혼잣말인 듯 아닌 듯 떠든다

움켜쥐고 살아서 결국 이렇게 되었단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자는 아직 더 싸울 힘이 남아 보인다

무어라도 상관없이


나는 손톱 끝을 잘근잘근 깨물며

타들어가는 모닥불을 흐리게 본다

벌겋게 타오르며 펄떡이는 불


나는 저런 불씨같은 날들이 있었어요

황홀한 비장함으로 살았지요

타들어가면 끝인 줄도 모르고

그래 남은 건 잿더미예요


속으로 중얼이다 중년여자의 시선을 느낀다

생각하겠지

저보다 젊은 내가 왜 이렇게 늙고 병들었는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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