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반의 시
병원 예약 날짜를 잘못 알고 갔기에 신경과에서는 오늘이 아니란 말을 내게 해주었다.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는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기사는 말이 없었고 라디오에선 교통 정보가 흘러나왔다. 차창 밖은 언제나 같은 풍경이다. 세무서와 공장들 낡은 아파트들 차 안에선 다른 지역의 교통 정보가 나온다. 룸미러에 묵주가 보인다. 성당 다니나? 의문이 잠깐 들었다가 신호에 대기하려 차가 선다. 기사는 기다리는 동안 라디오 주파수를 돌린다. 노래가 나오는 방송을 튼다. 사연은 못 듣고 신청한 음악만 나온다.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이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운전석과 뒷 좌석 사이에 공간을 죽은 사람의 노래가 메우고 있다.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서로의 심장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다. 이 거리를, 희박한 공기를 지닌 행성을 하나의 심장으로 번갈아서 숨 쉬는 도시의 망명자 펠리니 영화 속 남자처럼 현실을 부유하는 속박 내려 본들 똑같은 곳을 배회할 것이다. 발에 묶은 줄을 달고 부양하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보면 생의 의지란 게 얼마나 우습던지 거기서 허우적거리는 나는 또 얼마나 우습던지. 내게 주어진 여백은 여전히 두렵다.
'소'도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