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반의 시
한 번만 잡아줘 내 손
가라고 말했잖아 좀 가라고
한번만 한번만이야
제발 좀 가라고 좀 가
깨어진 마음으로 손목을 그었다
허공에 잘려나간 내 손은 휘적인다
잡아줘 한번만 잡아주라
너는 경멸하듯 나를 본다
손만 놓고 갈게
한 번만 잡아주면
너 없을 때 조용히 찾아갈게
가져가 아무것도 두고가지마
손은 커녕
엊그제 섞었던 네 몸뚱이 살 한 점도
주워 가져가
그래 이제 좀 알겠니
몰라 내가 뭘 알아야 하니
우리 한 때 꼭 같은 모양으로
잠에 들고 깨고
같은 시간을 걷고
태어나고 죽고
끝까지 귀찮은 년
눈치 없는 년
너는 나를 현관 밖으로
너는 나를 결국 그렇게 밀어냈다
열린 적 없던 것 처럼 문이 닫혔다
'루'도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