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도반의 시
끝도 보이지 않는 들판에서
걷다 보면 언젠가 너를 만나겠지
희망처럼 걷는다
걷고 또 걷다가 발끝에 걸린
고둥 하나 들판에 덩그러니
이 들판에 어울리지 않는
나를 닮은 놈을 들어
태초의 누군가처럼
고둥에 귀를 가져다 댄다
바다 소리가 나야 하는데
고둥은 바다를 잊었나
고요만이 그 안에 남아 있다
고요 속에 서서
더는 걷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운다
걷고 또 걸어도 이곳엔
나와 고둥, 그리고 그런 것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