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도반의 시
늙은 남자가 도마 앞에 서있다
붉은색 앞치마는 물기로 번들거린다
팔에는 토시를 손에는 장갑을
오래된 칼은 소대가리에서 살을 발라낸다
이마에서 코끝까지 길을 내고
뼈와 가죽 사이를 가르고
칼끝은 머리뼈 사이를 누빈다
턱 밑으로 말 못 하는 혀가 보인다
남자는 말한다
”잘 때서 빼놔라 이따가 구워 먹게“
머리가 잃은 건 살인가 뼈인가
늘어진 가죽과 고기는 이빨 없는
으악이고 맥 빠진 간절함이다
남자가 젖은 장갑을 벗는다
마른행주로 앞치마를 닦는다
웃으며 누군가를 맞이한다
“뭐 좀 드려볼까?”
당신의 등은 널브러진 울음을 외면한다
칼은 조용하다
싱싱한 골은 이따 강 사장이 가지러 온다고 했다
웃음과 인사 사이에 검정색 비닐 봉지가 오간다
벌린 입을 말하는데
너는 자꾸 빌린 입으로 듣는다
바닥을 적시는 발밑의 숫자들
당신 손에 상처들은 다문 입처럼 보인다